본문 바로가기
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가격 인상 설득하는 법, 사실과 판단을 잇는 해설형 논리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7. 24.

〈논리적으로 보고하는 법〉 연재 포스팅 중 마지막인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거래처에 가격 인상을 통보하면 십중팔구 반발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같은 인상인데 어떤 담당자는 납득시키고 어떤 담당자는 관계를 잃습니다. 열심히 설명했는데 설득당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능력이 아니라, 사실만 던지고 그 사실이 왜 그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를 빼먹었기 때문입니다. 병렬형이 근거를 나란히 세우는 구조였다면, 이번 편은 사실에서 판단으로 건너가는 해설형 구조를 다룹니다.

사실을 말했는데 왜 설득되지 않을까요?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원자재 가격이 20% 올랐습니다. 그래서 단가를 인상하겠습니다." 이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자재가 올랐다는 사실과 우리가 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 상대가 동의하지 않은 숨어있는 단계 하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스티븐 툴민(Stephen Toulmin)은 1958년 저서 《The Uses of Argument》에서 실제 설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는 하나의 논증이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봤습니다. 주장(Claim), 근거(Grounds), 그리고 보증(Warrant)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보증입니다. 툴민은 보증을 "근거에서 주장으로 넘어가는 이동을 허가하는 진술"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아래에서 말할 '판단 기준'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원자재 인상은 근거이고, 단가 인상은 주장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를 잇는 보증, 즉 "우리는 원가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없고 품질을 유지하려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기준이 빠지면, 상대는 근거는 인정해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해설형은 사실과 판단 기준과 판단으로 이뤄집니다.

데루야 하나코는 <로지컬 씽킹>에서 이 구조를 해설형 논리라고 부릅니다. 사실, 판단 기준, 판단의 세 층으로 이루어진 설득 구조입니다. 툴민의 언어로 옮기면 사실은 근거, 판단 기준은 보증, 판단은 주장입니다. 60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사람의 이야기가 같은 지점을 가리킵니다. 사람은 사실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사실을 판단으로 잇는 기준에 동의할 때 움직입니다.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 설득의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판단 기준을 드러내는 것이 설득의 핵심입니다.

대부분의 실패는 판단 기준을 생략하는 데서 옵니다.

우리가 설득에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판단 기준을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는 그 기준이 너무 당연해서 생략합니다. 3편의 노크 소리 실험과 같은 원리입니다. 내 머릿속에서는 사실과 결론이 판단 기준으로 이미 연결돼 있어서, 사실만 말해도 상대가 알아들을 거라 착각합니다. 늘 듣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세 단계로 말해야 합니다.

해설형의 실전 규칙은 간단합니다. 사실, 판단 기준, 판단을 각각 명확하게 구분 지어 말하는 것입니다.

  • 원자재 가격이 20% 올랐습니다(사실).
  • 저희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과 납기로 경쟁해 왔고, 원가를 그대로 흡수하면 그 품질을 지킬 수 없습니다(판단 기준).
  • 그래서 이번 인상은 품질을 지키기 위한 결정입니다(판단).

가운데 층을 드러내는 순간, 인상은 통보가 아니라 함께 지켜온 가치를 위한 제안이 됩니다.

가격 인상을 통보한 두 번의 경험

몇 년 전, 같은 시기에 두 거래처에 단가 인상을 통보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 거래처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환율과 원자재 때문에 부득이하게 5% 올려야 합니다." 사실만 던진 것입니다. 상대는 "그건 그쪽 사정"이라며 다른 공급처를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거래처에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 저희가 지난 3년간 단가를 동결해온 건 귀사와의 관계를 길게 보기 때문인데(판단 기준),
  • 원자재 가격이 한계를 넘었고(사실), 지금 인상하지 않으면 품질 등급을 낮추는 수밖에 없는데 그건 서로에게 손해입니다.
  • 그래서 품질을 지키는 쪽으로 5% 인상을 제안드립니다(판단).

결국 두 번째 거래처는 인상을 받아들였습니다.

같은 5%였습니다. 다른 것은 가운데 층, 판단 기준을 소리 내어 말했느냐였습니다.

논리는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건너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 주 오늘까지, 다섯 편을 관통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잘못 읽고, 기준 없이 나누고, 사실에서 결론으로 비약하고, 근거를 층위 없이 늘어놓고, 판단 기준을 생략합니다. 논리적으로 보고한다는 것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내 머릿속의 계단을 상대가 함께 밟고 건너올 수 있도록 하나씩 내어주는 일입니다.

열심히 했는데 반려당하는 진짜 이유는 능력이 아니라 논리의 순서에 있었습니다. 그 순서를 알았다면, 이제 여러분의 보고는 겉돌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번 주에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자리에서,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생략하고 있는 판단 기준은 무엇입니까?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아래 글도 이어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의 실행력, 계획만 세우는 사람과의 차이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 이른바 '하이퍼포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화려한 언변도, 완벽한 기획서도 아닙니다. 바로 '실행력'입니다. 계획과 회의와 자료는 실행을 돕기 위한 도구일 뿐,

wishwork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