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는 Speed와 Velocity를 구분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Speed는 단순히 얼마나 빠른가를 나타내고, Velocity는 방향까지 포함한 개념입니다. 빠르게 움직여도 방향이 틀리면 목적지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직장에서 "빠르게 끝냈는데 왜 다시 하라고 하지?"라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건 Speed만 있고 Velocity가 없는 일하기의 전형적인 결과입니다.
조직에서 속도를 강요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경쟁사보다 먼저 신제품을 출시해야 하고, 옆 팀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고, 개인으로서도 남보다 일찍 결과물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압박이 반복되면 일의 목적보다 속도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열심히 하면 할수록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일이 생깁니다.
방향 없는 속도는 결국 처음부터 하지 않아도 됐을 일을 빠르게 끝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지시하는 사람이 결과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채 "빨리"만 외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왜 빠른 실행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할까?
상사가 "이거 ASAP(아삽)으로 해줘"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직장인은 바로 일에 달려듭니다. 빠르게 움직여야 능력 있어 보인다는 압박 때문입니다. 그런데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보면, 그 지시 안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정보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하는 결과물의 형식이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와야 하는지, 마감이 언제인지. 이것들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속도를 내면, 빠르게 끝낸 뒤 처음부터 다시 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속도를 강조하는 문화도 결국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기 전에, 이 일의 끝에 어떤 결과가 있어야 하는지를 먼저 머릿속에 새겨야 합니다. 목표가 선명해야 속도를 내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질문 하나
상사가 급하게 지시할 때, 바로 실행하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급한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원하시는 결과물 형식이 어떻게 되나요?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와야 할까요?"
만약 상사가 바로 답하지 못하거나 "그냥 알아서 해"라고 한다면, 한 번 더 물어보세요.
"그러면 마감 시간이라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사람은 두 번째도 쉽지 않습니다. 지시할 때 결과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은 반항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달려가기 위한 최소한의 확인입니다. 이 30초짜리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두 시간을 날리는 상황을 막아줍니다.
방향을 먼저 잡은 사람이 시간을 아낍니다.
해외 영업팀에서 긴급 시장 조사 보고서를 요청받은 두 팀원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지시를 받자마자 자료 수집에 들어갔고, 네 시간 만에 방대한 분량을 제출했습니다. 다른 한 명은 먼저 팀장에게 "이 보고서로 어떤 결정을 내리실 건가요? 분량과 형식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팀장의 답을 듣고 나서 핵심 세 가지만 정리해 한 시간 만에 보고서를 냈습니다. 결재는 후자가 먼저 났습니다. 전자의 보고서는 "필요한 내용이 없다"는 피드백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속도를 내기 전에 딱 30초만 멈춰보시기 바랍니다. 이 일의 끝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받는 사람이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30초가 두 시간짜리 재작업을 막습니다.
여러분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원하는 결과를 먼저 정리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일단 시작하고 보는 편인가요? 어느 쪽이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댓글로 편하게 나눠주세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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