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어긴 적이 없는데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절차대로 움직였는데,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으십니까?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이라면, 오늘 이 글이 꽤 불편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바로 커리어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맥킨지(McKinsey)의 2023 조직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Organizations 2023)는 2,500명 이상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같은 역할에서 고성과자는 평균 성과자보다 최대 800% 더 생산적이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그 차이를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복종적 방해자란 무엇인가? - 규칙을 고수하는 것이 왜 위험한가?
《회사를 망하게 하는 법(Simple Sabotage)》의 저자 로버트 갈포드, 밥 프리쉬, 캐리 그린은 조직 내 성과를 갉아먹는 행동 유형을 분석하면서 '복종적 방해자(Compliant Saboteur)'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고수했기 때문에 조직에 손해를 끼치는 사람입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복종적 방해자는 규칙의 취지와 의도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절차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습니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쌓이면 조직 안에서 '자기 판단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저평가받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직장인 상당수가 바로 이 패턴 안에 있습니다.

규칙대로 했는데 고객을 잃은 이유
영업팀 10년 차 김 과장은 늘 칼같이 규정을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경쟁사가 낮은 가격으로 고객사를 공략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을 때도, 그는 "공식 대응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결재를 기다렸습니다. 결재가 나기까지 사흘이 걸렸고, 그 사이 고객사는 경쟁사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인사평가에서 김 과장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규칙을 어긴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사례에서 김 과장에게 필요했던 것은 규칙을 어기는 용기가 아니었습니다. 규칙의 취지를 읽고, 그 범위 안에서 가장 빠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었습니다. "고객사 이탈 위기 시 긴급 보고 가능"이라는 조항이 있었다면 그것을 활용할 수 있었고, 설령 그런 조항이 없더라도 자율적인 판단으로 상사에게 먼저 상황을 알리는 것이 절차의 취지에 더 부합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규칙을 따르되, 그 의미를 묻는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미국 Stage Store의 마이클 글레이저 CEO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이 기존 규칙의 '시행 이유'를 검토하는 것이었습니다. 전반적인 사업 수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규칙들을 재평가하고 조정한 결과, 조직의 유연성과 실행력이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규칙을 따르되, 그 의미를 묻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저자들은 책에서 이렇게 강조합니다. "내용을 절차와 교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즉, 규칙이 시키는 바가 아니라,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의 의미에 집중하라는 뜻입니다. 절차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수단이 목적을 삼켜버릴 때, 조직은 조용히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직원과 없어서는 안 되는 직원의 차이
Q. 나는 지금 어느 쪽일까?
복종과 판단력은 대립하지 않습니다. 규칙과 절차를 잘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그 규칙의 경계 안에서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규칙의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예외적 상황 앞에서 반드시 멈춥니다. 그리고 그 멈춤이 반복될 때, 조직은 그 사람을 '안전하지만 답답한 사람'으로 분류하기 시작합니다.
Q. 규칙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
지금 내가 따르고 있는 규칙의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규칙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명할 수 없다면, 그 규칙은 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제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커리어를 쌓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규칙을 따르는 것과 규칙에 갇히는 것은 다릅니다. 조직이 고성과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규정 준수율이 아닙니다. 상황을 읽고, 규칙의 취지 안에서 가장 나은 판단을 내리는 능력입니다. 그 판단이 쌓일 때 커리어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판단 없이 절차만 반복할 때, 커리어는 조용히 소비됩니다. 그리고 회사에도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따르고 있는 규칙 중 하나만 골라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규칙은 왜 존재하는가? 그 답을 찾는 순간부터, 여러분은 이미 평균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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