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 나갔습니다. 그런데 몇 주 뒤, 조용히 면담을 청해 온 사람은 두 명이었습니다. 떠난 사람은 분명 한 명인데 흔들린 사람은 그보다 많았습니다. 팀장으로 일하며 몇 번이고 확인한 장면입니다.
퇴사 이야기는 대개 떠나는 사람에서 끝납니다. 그러나 정작 팀장이 더 오래 감당해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퇴사는 떠나는 사람만의 사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왜 여기 있나?”라는 판단의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인 겁니다.
퇴사는 한 사람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명이 나갔을 뿐인데 팀 전체가 술렁이는 것을 두고 흔히 분위기 탓이라고 넘깁니다. 그러나 동료의 퇴사가 남은 사람의 이직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009년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실린 Felps 등의 연구는 이를 ‘이직 전염(turnover contag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은행과 서비스 조직의 자료를 바탕으로 동료의 이직 탐색 행동과 조직에 대한 낮은 정착감이 주변 직원의 퇴사 가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분석했습니다.
퇴사가 감기처럼 자동으로 퍼진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가까운 동료가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실제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퇴사라는 선택이 갑자기 더 현실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나도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평소에는 막연했던 질문이 동료의 퇴사로 구체적인 선택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명의 퇴사는 한 자리의 공백만 남기지 않습니다. 팀 전체가 자신의 자리를 다시 묻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남은 사람들은 세 가지 무게를 짊어지게 됩니다
현장에서 보면 한 명의 퇴사 뒤 남은 사람들이 짊어지는 무게는 대체로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업무 공백입니다.
떠난 사람이 맡던 고객, 프로젝트, 보고 업무가 그대로 남습니다. 인원이 충원되기 전까지 누군가는 그 일을 떠안아야 합니다. 특히 영업처럼 담당자의 고객 관계와 업무 맥락이 중요한 조직에서는 단순히 업무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 담당자가 알고 있던 협상의 배경과 고객의 성향까지 다시 파악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공백이 공정하게 나뉘지 않을 때입니다.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특정한 한 사람에게 업무를 몰아주면, 그 사람이 다음 이탈 후보가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둘째, 남과 비교하는 마음입니다.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을 보며 자신의 상황을 다시 계산합니다.
“저 사람은 새로운 기회를 찾았는데 나는 왜 그대로 있지?”
남아 있는 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뒤처진 결과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전에는 참고 넘겼던 연봉과 승진, 업무량과 팀장에 대한 불만이 동료의 퇴사를 계기로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셋째, 조직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인하려는 요구입니다.
남은 사람들은 떠난 직원만 보는 게 아닙니다. 팀장이 그 퇴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지켜봅니다.
왜 그 사람이 나갔는지, 회사는 어떤 설명을 하는지, 남은 업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팀장은 떠난 사람을 어떻게 말하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속으로 묻습니다.
“이 팀은 계속 남아 있어도 되는 곳인가.”

떠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남은 사람에게는 신호가 됩니다
팀장이 가장 조심해야 할 행동 중 하나는 떠난 사람을 험담하는 것입니다.
퇴사 과정에서 서운한 감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사표를 받았거나, 인수인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면 팀장도 화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남은 직원들 앞에서 풀면 전혀 다른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나도 떠나면 저렇게 말해지겠구나.”
남은 사람은 떠난 동료에 대한 평가를 들으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합니다. 잘 보낸 사람에 대한 팀장의 태도가 남은 사람에게는 조직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보여주는 기준이 됩니다.
퇴사 이유를 숨기거나 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개인에 대한 비난과 조직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구분해야 합니다. 떠난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업무 공백과 앞으로의 계획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입니다.
면담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대화를 열어야 합니다
한 명이 떠난 뒤 가장 흔한 실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업무를 재배치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남은 직원들은 겉으로는 평소처럼 일합니다. 그러나 업무가 늘어난 것에 불만은 없는지, 자신의 성장 기회가 줄었다고 느끼지는 않는지, 떠난 사람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팀장은 알기 어렵습니다.
면담을 청해 오기를 기다리지 않아야 합니다. 먼저 한 사람씩 대화를 열어야 합니다.
“업무가 얼마나 늘었는가”만 물어서는 부족합니다. 이번 퇴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현재 역할에서 무엇이 가장 불안한지, 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여전히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먼저 대화를 여는 팀장만이 여러 사람이 조용히 문을 두드리기 전에 팀의 균열을 더 빨리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붙잡는다는 것은 무조건 남으라고 설득하는 일이 아닙니다. 남은 사람이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지 파악하고, 조직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기 어려운 것을 솔직하게 설명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의 퇴사는 조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퇴사를 개인의 충성심 문제로만 보면 남은 사람들의 흔들림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 떠났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이 팀 안에 어떤 질문을 드러냈는가입니다.
- 업무가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집중돼 있었는가?
- 성장 기회가 막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있는가?
- 보상과 평가에 대한 불신이 쌓여 있었는가?
- 팀장에게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체념이 퍼져 있었는가?
한 명의 퇴사가 이런 질문을 한꺼번에 밖으로 꺼낼 수 있습니다. 이직 전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퇴사 이야기를 금지하거나 떠나는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은 사람들이 왜 흔들리는지를 정확히 보는 것입니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만큼이나 남는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이 팀장의 일입니다. 퇴사가 판단의 문제인 이유는 그 파장이 떠난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팀에서 한 사람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의 표정을 제대로 살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다음 글에서는 시선을 시간 뒤로 옮겨서 바라보겠습니다.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이 같은 업계에서 몇 년 뒤 다시 마주칠 때, 그 순간 무엇이 드러나는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당황하게 될지, 아니면 기뻐하게 될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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