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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몰입하는 사람이 앞서간다는 말, 실제 회사에서 가능할까?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9. 17.

딥워크를 다루는 책들은 대체로 이렇게 끝납니다. 앞으로는 깊이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이 이긴다고요. 세 편을 쓰면서 저는 계속 이 문장 앞에서 멈췄습니다. 맞는 말 같긴한데, 그래서 실제로 아침에 출근해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이번 글은 이 미심쩍은 마음을 그대로 적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깊이 몰입해야 앞서간다'는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그 말이 맞는 절반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이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유는 능력보다 희소성 쪽에 가깝습니다.

1편에서 본업의 경계가 지워지는 과정을, 2편에서 바쁜 척이 유능함으로 읽히는 구조를, 3편에서 그 시간의 값이 아무 데도 안 남는다는 걸 봤습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결과는 하나죠. 대부분이 깊게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니 그걸 해내는 사람은 자연히 드물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드문 것은 값이 더나가죠.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문제입니다.

 

그 말이 틀리는 절반

문제는 조건입니다. 몰입해서 앞서가려면 세 가지가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 무엇에 몰입할지 내가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할 일이 아침마다 위에서 내려오는 자리라면, 몰입의 대상도 절대 내 것이 될 수도 없고, 기회도 없습니다.

둘째, 몰입의 시간을 지켜서 일하더라도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반나절 회신을 미루고 자료를 파고든 사람이 "요즘 태도가 이렇다, 저렇다"는 말을 듣는 회사라면, 몰입하려고 들면 안 되겠죠. 위험합니다.

셋째, 결과물이 평가에 잡혀야 합니다. 깊게 일해서 만든 결과가 연말 평가표 어디에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면, 그 몰입은 일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취미로 치부됩니다.

세 조건이 다 갖춰진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스무 해 동안 그런 자리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요. 그래서 "몰입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이미 그 조건을 가진 사람에게 나중에 붙는 설명에 가깝습니다.

내일 아침 30분을 한 가지에만 쓴다면, 어떤 일을 고르시겠습니까?

그러면 아무것도 할 게 없을까?

몇 해 전, 하루 30분만 지켜보자고 마음먹은 적이 있습니다. 아침 8시 30분부터 9시까지, 그날 가장 중요한 거래처 건 하나만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그 30분에 뭔가 대단한 게 나온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의외로 달라진 건 다른 데 있었습니다. 그 30분을 지키려니 전날 저녁에 '내일 가장 중요한 건이 뭐지'를 스스로 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매일 하다 보니, 하루가 요청으로만 채워지던 날에도 뭐가 밀렸는지는 알게 됐습니다. 몰라서 밀리는 것과 알면서 밀리는 건 다릅니다.

 

그래서 '몰입'은 승부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연재 기획 글을 "그러니까 몰입해야 합니다."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조건도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몰입을 개인의 의지로 돌리면, 안 되는 이유가 전부 그 사람 탓이 되잖아요. 그건 앞의 세 편에서 제가 내내 반대해온 이야기입니다.

대신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몰입은 이기기 위한 무기라기보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하루 30분이 성과를 만들지는 못할 겁니다. 다만 그 30분이라는 시간이 있어야 내 본업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 보입니다. 안 보이면 조정하거나 개선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몇 해가 쌓인 사람과, 매일 요청에 답하기만 한 사람 사이에는 언젠가 차이가 생깁니다. 그 차이가 승진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회사를 나왔을 때 남는 것이 다르다는 건 알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 30분을 한 가지에만 쓴다면, 어떤 일을 고르시겠습니까?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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