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회사가 계산하지 않는 '얕은 일'의 원가, 영업 활동할 시간은 어디로 사라지나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9. 16.

영업팀 열 명의 한 달 인건비가 5천만 원이라고 해봅시다. 이 중 얼마가 고객을 만나는 데 쓰였을까요. 답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팅에서 말씀드릴 건 하나입니다. 얕은 일에도 분명히 값이 있긴 할 텐데, 그 값을 아무도 적어두지 않습니다.


무해해 보이는 일이 가장 비쌉니다

영업은 수주를 해야 매출이 생깁니다. 여기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하루 업무를 뜯어보면 수주와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내부 보고용 엑셀, 확인 요청 회신, 이미 만든 자료를 양식만 바꿔 다시 만들기, 참조로 걸린 메일 읽기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해로워 보이지 않아요. 누구도 이걸 시간 낭비, 인력 낭비라고 부르지 않고, 오히려 꼭 필요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위에서도 그냥 둡니다. 직원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여기 쏟고 있는데, 그 시간이 돈으로 얼마인지 계산해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칼 뉴포트는 지식 노동이 복잡해질수록 한 사람의 노력이 얼마짜리인지 측정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썼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이렇게 됩니다. 측정하지 않으니 비용이 아니고, 비용이 아니니 줄일 이유도 없게 되는 거죠.

지난 한 주,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일은 매출과 관련이 있었나요?

그런데 한번 세어보면 달라집니다

회계 용어를 하나만 빌리겠습니다. 기회비용입니다. 어떤 자원을 한쪽에 쓰면 다른 쪽에는 못 쓰는데, 그렇게 포기한 것도 값으로 치는 개념입니다.

설비, 장비 구입, 사용할 때에는 다들 이 계산을 합니다. 라인을 A제품에 돌리면 B제품을 못 만든다는 걸 모두가 압니다. 그런데 사람의 시간에는 이 계산을 안 합니다. 영업 담당이 오전 내내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그 시간에 못 건 전화가 있을 텐데, 그건 아무 데도 안 남습니다.

거칠게라도 숫자를 세워보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항목 내용
영업 담당 1인 월 인건비 500만 원 (가정)
월 근무 시간 약 160시간
시간당 값 약 3만 1천 원
내부 자료 작성이나 회신에 쓰는 시간(가정) 하루 3시간 → 월 60시간
월 환산 비용 약 186만 원

열 명이면 월 1,860만 원, 한 해 2억이 넘습니다. 설비에 2억을 쓰려면 품의서를 몇 단계나 올려야 하는데, 이 2억은 문서 한 장 없이 매년 나갑니다. 숫자가 정확한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번이라도 세어본 적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라진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몇 해 전 분기 마감 주간에, 팀원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 번 세어본 적이 있습니다. 다섯 명 중 네 명이 내부 보고 자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같은 실적 데이터를 양식만 바꿔 세 부서에 따로 내는 구조였습니다. 그 주에 바이어와 통화한 사람은 한 명이었습니다.

저는 그 주를 그저 '정신없이 바빴던 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팀장이 할 수 있는 일과 못 하는 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구조를 개인이 바꾸긴 어렵습니다. 보고 양식을 없애는 건 팀장 권한 밖이고, 위에서 요청이 내려오면 안 할 도리가 없죠.

다만 위에서처럼 세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한 분기만이라도 팀의 시간을 본업과 그 바깥으로 나눠 적어두면, 다음에 꺼낼 물건이 생깁니다. "요즘 잡무가 많습니다"는 하소연이지만, "지난 분기에 팀 시간의 40%가 내부 보고로 갔습니다"는 안건입니다. 조직은 하소연에는 안 움직여도 숫자에는 움직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지켜낸 사람이 정말 앞서 나가는가? 이건 4편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지난 한 주,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일은 매출과 관련이 있었나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아래 글도 이어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2026.09.13 - [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 업무 집중이 안 되는 이유, 내 일이 아닌 일로 하루가 끝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