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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업무 집중이 안 되는 이유, 내 일이 아닌 일로 하루가 끝날 때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9. 14.

퇴근길에 오늘 한 일을 떠올렸는데 죄다 남 일만 해 준 느낌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아 자책하게 되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집중이 안 되는 건 집중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경계가 지워졌기 때문입니다.


몰입하려면 먼저 내 본업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직장인의 '몰입'을 다루는 글은 대개 방법부터 이야기하죠. 알림을 끄고, 시간을 블록 단위로 잡고, 이메일은 시간을 정해 몰아서 처리하라고요.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앞에 있어야 할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그 확보한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

본업이란 직함이 아니라 내가 없으면 회사에 생기지 않는 결과를 말합니다. 기자의 본업은 남이 쓴 좋은 기사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원과 관계를 쌓고 사실을 종합해 세상이 몰랐던 기사를 쓰는 일입니다. 영업 담당의 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을 찾고, 관계를 유지하고, 수주해서 매출에 기여하고, 그 매출을 지키기 위해 내부를 조율하는 것. 여기까지가 본업이고 나머지는 전부 그 주변입니다.

이 경계선이 명확한 사람은 하루 업무가 흔들려도 돌아올 자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계가 흐린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들어오는 요청이 곧 그날의 업무가 되고 맙니다.

 

고객이 아니라 상사를 상대하는 하루

경계가 지워지는 방식은 대체로 조용합니다.

십여 년 전 제가 해외영업 부서에서 북미 거래처를 맡던 시절, 하루를 이렇게 보낸 적이 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본부장이 요청한 월간 실적 자료를 만들고, 오전에는 타 부서가 요구한 단가 근거를 정리하고, 오후에는 두 건의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퇴근 무렵 메일함을 열어 보니 바이어가 주말 사이 보낸 신규 문의가 회신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날 제가 온종일 상대한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상사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하루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 되었을 때입니다. 고객이 상사로 바뀌어 버린 상태가 굳어지면, 본업은 저녁이나 주말로 밀리다가 결국 "시간이 없어서 못 한 일"로 분류됩니다.

회사는 왜 이 상황을 그냥 둘까요?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그렇게 손해라면 회사가 먼저 나서서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막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시간의 값어치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칼 뉴포트는 지식 노동의 요구가 복잡해질수록 개인의 노력이 지니는 가치를 측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지적합니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는 것은 방치됩니다.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뉴포트가 인용한 2012년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지식노동자는 근무시간의 60퍼센트 이상을 전자 통신과 인터넷 검색에 썼고, 이메일을 읽고 쓰는 데만 30퍼센트 가까이를 썼습니다. 절반 이상이 본업 바깥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이 시간은 비용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읽힙니다. 회신이 빠른 사람, 메신저에 늘 떠 있는 사람이 성실하고 일 잘하는 사람으로 여겨지죠. 분주함이 유능함의 증거가 되는 구조에서는 본업을 지키려고 요청에 대한 답변을 미뤄두는 사람이 오히려 태도를 의심받습니다.

 

경계는 개인이 혼자 그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그럼 경계를 그어보세요"라로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요청을 거절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경계를 그으라고 한다면, 이건 이 문제를 개인의 의지 문제로 돌리는 것 밖에 안 되죠. 이건 해결이 아니라 책임 전가에 가까워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내 본업이 무엇인지 문장으로 적어 보는 일입니다. 적어 두면 최소한 오늘 하루가 본업 쪽이었는지 그 바깥이었는지는 구분됩니다. 구분이 되어야 쌓인 것을 근거로 말할 수 있고, 그때부터는 개인의 하소연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가 됩니다.

'집중'은 그 다음입니다. 지킬 대상이 정해진 뒤에야 비로소, 시간을 지키는 방법이 의미를 갖게 되겠죠.

여러분의 본업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오늘 하루, 그 문장대로 일한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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