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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더 좋은 조건의 회사를 거절한 팀원, 남는 사람의 기준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9. 12.

이 글의 핵심

  • Q. 남아 있는 직원은 충성하는 직원입니까?
  • A. 아닙니다. 아직 더 나은 제안을 못 받았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두 상태는 제안이 실제로 왔을 때만 구분됩니다.
  • Q.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을 남게 할까요?
  • A. 20년을 지켜본 결과,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이 회사에 대해 이미 내려둔 판단이었습니다.

같은 헤드헌터에게서 비슷한 시기에 연락을 받은 팀원이 두 명 있었습니다. 조건도 비슷했다고 들었습니다. 한 명은 옮겼고, 한 명은 남았습니다. 그 뒤로 저는 남은 사람에게 왜 남았느냐고 여러 번 물었습니다 (꽤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답이 매번 조금씩 달랐는데, 그 답들을 다 모아놓고 보니 공통점이 하나 보였습니다.

 

남은 사람은 조건을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옮긴 쪽은 저에게 제안을 받은 사실을 알렸고, 조건을 표로 정리해서 보여주더군요. 연봉, 직급, 통근 시간까지 항목별로 비교되어 있었습니다. 꼼꼼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회사가 맞춰줄 수 있는지 물었고, 일부는 맞춰준다고 했음에도 결국 옮기더라고요. 표에서 이길 수 없는 항목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은 쪽은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한참 뒤에야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차피 안 갈 건데 괜히 '떠보기 협상 카드'처럼 보일까 봐 그랬다고요.

이게 두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한 사람은 비교를 했고, 다른 사람은 비교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비교하기 시작한 순간 이미 절반은 떠난 것입니다

여기서 팀장들이 자주 놓치는 게 있습니다. 팀원이 제안을 들고 와서 조건을 맞춰달라고 할 때, 대부분의 팀장은 그걸 붙잡을 기회로 봅니다. 그런데 조건을 표로 만들었다는 건 관계를 이미 거래로 정의했다는 뜻입니다. 이번에 맞춰주면 다음 표에서 지는 날이 옵니다.

<Start with Why>의 저자인 사이먼 시넥은 충성심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더 좋은 조건을 거절하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려는 상태라고요. 이 정의가 쓸모 있는 이유는 팀장이 흔히 쓰는 질문을 바꿔주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남아 있을까?"가 아니라 "이 사람은 더 좋은 제안을 받고도 남을까?"로요.

앞의 질문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아무런 기준이 없죠. 지금 남아 있는 사람 중에는 남기로 한 사람과 아직 제안을 못 받은 사람이 섞여 있는데, 겉으로는 구분이 안 됩니다. 그리고 조직은 대개 직원들이 제안을 받고 난 후 사표를 내는 날에서야 그 차이를 알게 됩니다.

팀원이 다른 회사의 제안을 받는다면, 팀장님에게 먼저 말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다 결정한 뒤에 말할 것 같습니까?

남은 사람이 이미 판단해둔 것

그래서 저는 남은 사람이 무엇을 보고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비슷한 사례를 몇 번 더 보면서 나름 정리된 게 있습니다. 그들은 회사가 좋아서 남은 게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이미 여러 번 확인해 뒀던 것입니다.

조직 신뢰를 오래 연구한 메이어와 데이비스, 슈어먼은 1995년에 사람이 누군가를 신뢰할 때 보는 것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일을 해낼 능력이 있는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하는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입니다. 이 중 말과 행동의 일치는 관계 초기부터 판단이 되고, 나를 위해준다는 감각은 시간이 쌓여야 생긴다고 봤습니다.

제 경험으로도 그랬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근거로 든 장면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클레임이 터졌을 때 회사가 담당자 뒤로 숨지 않았던 일, 실적이 나쁜 분기에 약속했던 교육비를 그대로 집행한 일, 팀장이 팀원이 올린 성과를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보고하지 않은 것들 말입니다. 가만히 보면, 전부 돈이 안 드는 일이거나, 돈이 없을 때인데도 지킨 일이었습니다.

 

이 관찰을 오해하면 위험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지금까지 쓴 이야기는 남지 않은 사람을 탓하는 근거가 아닙니다.

3편에서 다뤘듯이 남들보다 적게 받고 있는 사람이 더 나은 조건으로 옮기는 건 판단이 아니라 생계입니다. 여기서 말한 비교와 신뢰의 구분은, 조건이 충분히 갖춰진 다음에야 의미가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그전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신뢰를 이야기하면 그건 설교가 됩니다. 기본적인 것은 맞춰준 다음에야 충성심을 논하자는 말입니다.

그리고 팀장 입장에서도 순서가 있습니다.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을 붙잡으려면 먼저 붙잡을 수 없는 조건부터 없애야 하죠. 그게 안 된 상태에서 관계나 신뢰, 충성심을 운운하는 조직은, 돈을 쓰지 않는 방법만 찾는 것, 이거 하나뿐입니다. 

 

그럼 팀장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스카웃 제안을 받은 팀원이 이 사실을 팀장에게 언제 말하는지를 보면 됩니다. 협상 전에 말하는 사람과 결정한 뒤에 말하는 사람, 그리고 아예 말하지 않는 사람은 각각 다른 상태에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 팀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을 떠올려보십시오. 그 사람이 조용한 이유가 현재의 회사, 직무에 만족하고 있어서 일까요? 만일 이런 확신이 없다면, 그건 아직 아무 제안도 오지 않았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팀원이 다른 회사의 제안을 받는다면, 여러분에게 먼저 말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결정한 뒤에 말할 것 같습니까?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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