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다들 그러실 텐데요, 팀장한테는 연봉도 성과급 산식도 인사권도 없죠. 그런데 사람이 남고 떠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그 세 가지 바깥에 있습니다. 이 연재 기획은 그 바깥을 여섯 편에 걸쳐 살펴본 기록입니다.
팀원 한 명이 사표를 내고 나면, 팀장은 대개 자기가 뭘 할 수 있었는지를 되짚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같은 결론에 도착합니다. 내가 연봉을 정하는 것도 아닌데 어쩌겠느냐는 것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연재 기획 글들을 쓰면서 그 결론이 절반만 맞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못 하는 것부터 인정하고 시작합니다
먼저 팀장이 못 하는 일을 정리하겠습니다. 연봉 테이블은 못 바꿉니다. 성과급 산식도 못 바꿉니다. 승진 시점도 못 정합니다. 팀의 목표 총량도 위에서 내려옵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시작하면 두 가지 중 하나가 됩니다. 하나는 자기 능력 밖의 일을 책임지려다 지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차피 안 되니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입니다. 제 주변 팀장들은 대체로 후자로 갔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 결정은 대개 그 바깥에서 났습니다
이번 기회에 이 연재물을 쓰면서 정리된 게 있습니다. 사람이 남고 떠나는 데 있어, 실제로 작용했던 것들을 되짚어 보면, 의외로 상당수가 팀장 권한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과급 지급 다음 달에 팀이 멈추는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마감 전에 다음 달 이야기를 해뒀느냐에서 갈렸습니다. 같은 성과급을 받고도 반응이 달랐던 두 팀의 차이는 연초에 목표를 나눌 때 설명했느냐 통보했느냐였습니다. 신규 시장을 맡은 담당자가 3월에 힘을 빼는 것도 산식이 아니라 그 사람과 언제 이야기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승진 약속을 받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도 희망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전부 예산이 들지 않는 일입니다. 그리고 전부 팀장 말고는 할 사람이 없는 일입니다.
다만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저는 이 연재 기획이 흔한 자기계발서로 미끄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위에 쓴 것들은 어떤 조건이 갖춰진 다음에야 의미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적게 받고 있는 사람에게 소통과 인정을 이야기하면 모욕입니다. 3편에서 다뤘던 구분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팀장이 먼저 할 일은 자기 팀원이 밖에서 얼마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는 것이고, 그다음이 조정 가능한 범위를 인사팀과 싸우는 겁니다. 그 싸움에서 지더라도 팀원은 팀장이 싸웠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고요.
순서를 지키지 않고 관계와 신뢰부터 이야기하는 조직은, 돈을 안 쓰는 방법만 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팀장이 말하거나 쓰면 회사의 대변인 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팀장이 결국 다루는 것은 '말'입니다
이 연재 기획에서 반복해서 나온 게 하나 있습니다. 조직이 사람에게 건네는 말과, 그 말이 실제로 지켜지는지의 간격입니다.
확정되지 않은 승진을 확정된 것처럼 들리게 말하는 것, 난이도가 다른 목표를 같은 목표인 것처럼 나누는 것, 숫자로 안 잡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전부 말의 문제이고, 전부 팀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그래서 팀장이 실제로 관리하는 건 성과가 아니라 자기 말의 신용입니다. 팀원이 다른 회사의 제안을 받았을 때 그 사람이 무엇을 떠올릴지는, 그동안 팀장이 한 말이 몇 번이나 지켜졌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6편에서 남은 사람들이 근거로 들었던 장면이 전부 그런 종류였습니다.
그럼에도 못 붙잡는 사람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자면, 이 연재를 다 쓰고 나서도 여전히 느끼는 거지만, 제가 붙잡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어차피 보내줬어야 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조건이 안 맞아서 나간 사람은 제가 어떻게 했어도 나갔을 겁니다. 자기 커리어에서 다음 단계로 가려고 나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한다는 건, 할 수 없는 일을 놓아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걸 구분하지 못하면 팀장은 자기가 지지 않아도 될 책임을 계속 지게 됩니다.
붙잡을 수 있었는데 놓친 경우만 남기고, 나머지는 그냥 내려놓아야겠죠. 그 구분만 할 줄 알게 되더라도 다음 사람에게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팀원에게 하고 있는 약속 중에, 여러분의 힘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은 몇 개인가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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