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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번아웃 후 쓸모를 의심할 때, 카프카의 〈변신〉 결말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10. 12.

번아웃은 의지가 약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WHO는 이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증후군으로 정의합니다. 카프카의 〈변신〉은 일로만 자신을 증명해 온 사람이 일을 못 하게 되는 순간,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글은 <직장인 소설 추천 6편, 회사에서 버티는 마음을 읽는 고전 연재>의 다섯 번째 편입니다. 이 연재글에 대한 전체 소개글은 이 글 맨 아래의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 해 출장 일수가 90일이 넘던 해가 있었습니다. 미국 전시회에서 돌아온 지 사흘 만에 유럽 독일로 다시 떠났고, 시차 적응을 하기도 전에 다음 비행기를 탔기도 했죠. 그해 12월 어느날 아침, 알람이 울렸는데 몸이 일어나지지 않았습니다. 아픈 데는 없었습니다. 그냥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직장 생활 동안 거의 하지 않은 지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오늘 9시 화상 회의는 누가 들어가지?"였습니다.

 

벌레가 된 아침, 그레고르가 가장 먼저 걱정한 것

카프카가 1915년에 발표한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외판원입니다. 어느 날 아침 그는 거대한 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그 순간, 그가 곱씹는 것은 몸이 아니라 일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출장과 고된 영업 일상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그날 아침 회사의 지배인이 직접 집으로 찾아옵니다. 무단결근 한 번에 화가 나서 온 것입니다. 그레고르는 간신히 문을 열고, 자신이 얼마나 성실하게 일해 왔는지 길게 해명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배인은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달아납니다.

23년 동안 영업을 한 저에게 이 장면은 소설이 아니라 기억이나 경험처럼 보였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무너지는 날인데도 일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을 빼고 자신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어떤 말로 시작하시겠어요?

쓸모가 사라진 사람을 가족은 어떻게 대했을까요?

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혼자 책임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일을 못 하게 되자 가족은 경제적 기반을 잃습니다. 처음에는 누이동생 그레테가 음식을 챙겨 주며 그를 돌봅니다. 하지만 돌봄은 날이 갈수록 소홀해집니다.

아버지는 다시 일을 나가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거실로 나온 그레고르를 본 아버지는 사과를 던지고, 그중 하나가 등에 박혀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결국 그레테가 먼저 저것을 없애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은 그레고르는 방으로 돌아가 숨을 거둡니다.

이 소설의 결말은 서늘했습니다. 가족은 안도한 얼굴로 전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 더 작은 집으로 옮길 계획과 그레테의 결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레고르가 없어도 다른 식구들의 삶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번아웃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요?

WHO는 2019년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에 번아웃을 질병이 아닌 직업 관련 현상으로 올리며, 세 가지 특징으로 설명했습니다.

WHO가 말하는 세 가지 특징 회사에서 나타나는 모습 <변신> 속 그레고르
에너지 고갈 또는 탈진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끝없는 출장에 지쳐 있습니다
일과의 심리적 거리감, 냉소 "어차피 해도 안 돼"가 입버릇이 됩니다 일을 저주하면서도 놓지 못합니다
업무 효능감 저하 예전엔 쉽던 일이 버겁게 느껴집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일어서지 못합니다

세 가지가 겹치고 오래간다면 혼자 버티기보다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일을 빼고도 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18년 동안 팀을 맡으며 번아웃으로 힘들어하던 팀원을 몇 번 봤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내가 빠지면 이 일은 안 돌아간다"고 믿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가 빠진 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레고르의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요.

이 사실은 아프지만, 동시에 사람을 풀어 줍니다. 내가 없어도 일은 돌아갑니다. 그러니 일이 나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팀장으로서도 같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한 사람이 빠지면 무너지는 팀은 그 사람을 언젠가 무너뜨리는 팀입니다. 업무를 나눠 맡을 수 있게 만드는 일이 곧 그 사람을 지키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일을 빼고 자신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어떤 말로 시작하시겠어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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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소설 추천 6편, 회사에서 버티는 마음을 읽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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