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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직급 파괴 실험, 한국 기업에서 번번히 후퇴하는 이유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6. 23.

요즘 'MZ세대가 선호한다'는 이유로 직급과 호칭을 없애는 회사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덜 알려진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게 직급을 파괴했다가, 몇 년 뒤 슬그머니 예전으로 되돌린 기업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후퇴의 진짜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칭만 바꾸고 그 아래 구조는 손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직급 파괴는 왜 시작됐고, 왜 되돌아갔을까?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KT입니다. KT는 2009년 말 수직적 기업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겠다며, 임원과 팀장급을 제외한 모든 직원의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하고 직급 승진제도를 없앴습니다. 그런데 5년여 만인 2014년, KT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 직급과 호칭을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이유가 핵심입니다. 호칭이 사라지면서 선배들의 책임감이 떨어지고, 승진을 통한 연봉 상승 기회가 막혀 오히려 직원 사기가 더 크게 저하됐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습니다. 수평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동기와 책임을 동시에 약화시킨 셈입니다.

직급 파괴의 목적은 '호칭 평등'이 아니라 '의견의 평등'이어야 합니다.

후퇴의 진짜 원인은 호칭이 아니라 구조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함께 바꿔야 할 세 가지 구조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보상과 성장의 사다리입니다. 호칭은 평평해졌는데 연봉 테이블과 승진 경로가 그대로라면, 직원에게는 '오를 자리가 사라진' 박탈로만 느껴집니다.

둘째, 책임의 소재입니다. 모두가 '매니저'이면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 모호해집니다. 평등이 책임 회피의 핑계가 되는 순간 조직은 느슨해집니다.

셋째, 실제 권한과 보고 관계입니다. 부를 때만 '님'을 붙이고 의사결정과 보고 라인은 예전 그대로라면, 바뀐 것은 명함에 적힌 글자뿐입니다.

그렇다면 직급 파괴는 실패한 실험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래 정착시킨 곳도 있습니다. CJ그룹은 약 20년 전부터 서로를 '님'으로 부르기 시작해, 이재현 회장도 '이재현님'으로 불릴 만큼 호칭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차이는 분명합니다. 호칭만 바꾼 곳은 되돌아갔고, 의견을 내는 방식과 문화까지 함께 바꾼 곳은 살아남았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직급 파괴의 목적은 '호칭 평등'이 아니라 '의견의 평등'이어야 합니다. 막내의 반대 의견이 직급에 눌리지 않고 회의 테이블에 오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수평 문화의 본질입니다. 호칭을 바꾸는 일은 그 본질에 닿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는 '전부 버리기'도 '전부 따라 하기'도 정답이 아닙니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선택해야 하며, 그 구체적 기준은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호칭을 바꿨다면, 그때 함께 바뀐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명함의 글자였습니까, 아니면 회의에서 손드는 사람의 순서였습니까?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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