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비용 점검 회의에서 "우리 부서 비용 좀 줄여보자"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광고비나 회식비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정작 회사의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항목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의 부서가 쓰는 돈이 손익계산서 어디에 잡히는지, 그 비용이 영업이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른 채 숫자만 깎으면, 줄여야 할 곳은 그대로 둔 채 엉뚱한 곳을 건드리게 됩니다.
판관비란 무엇이고 영업이익과 어떻게 연결되나?
판관비는 '판매비와 관리비'의 줄임말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 직접 들어간 돈(매출원가)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그 제품을 팔고 회사를 굴리기 위해 쓰는 모든 비용을 말합니다. 광고선전비, 직원 급여, 임차료, 출장비, 지급수수료가 전부 여기에 들어갑니다.
영업이익을 구하는 공식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영업이익 = 매출총이익 − 판관비입니다. 같은 매출을 올려도 판관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영업이익이 달라집니다. 여러분의 부서에서 쓰는 비용 대부분이 바로 이 판관비에 들어가고, 그래서 실무자의 비용 감각이 곧 회사의 영업이익으로 이어집니다.

판관비는 매출의 몇 퍼센트가 정상일까?
이건 업종마다 크게 다릅니다. 일간보사, 의학신문이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상장 제약사 65곳의 2025년 평균 판관비 비중은 매출 대비 31.38%로, 전년(32.22%)보다 0.84% 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광고와 영업 인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은 이 비중이 높고, 제조 중심 업종은 낮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서 비용이 많은가"를 따질 때는 절대 금액이 아니라 '매출 대비 비중'과 '동종 업계 평균'을 함께 봐야 합니다.
실무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 큰 항목부터 깎는다.
비용을 줄이라고 하면 대부분 금액이 큰 항목, 즉 광고비나 인건비부터 손을 댑니다. 하지만 이 방식이 늘 정답은 아닙니다.
사례로 보는 판관비 구조, 컬리
신선식품 이커머스 컬리의 2025년 공시를 보면, 별도 기준 매출은 2조 3595억 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률은 0.3%에 그쳤습니다. 매출이 2조를 넘는데도 판관비가 이익을 거의 다 가져간 구조입니다.
흥미로운 건 판관비 세부 항목입니다. 흔히 1순위 감축 대상으로 꼽는 광고선전비는 오히려 전년 대비 800% 넘게 늘었습니다. 정작 수익성 개선에 결정적이었던 항목은 눈에 잘 안 띄는 '기타'로, 386.8억 원에서 10.9억 원으로 약 376억 원이 줄었습니다. 비용을 줄일 때 무조건 익숙하고 큰 항목부터 깎는 게 아니라, 손익계산서 주석에 숨어 있는 '기타·지급수수료' 같은 항목까지 펼쳐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무자가 내 부서 비용을 영업이익 관점으로 읽는 3가지 질문
첫째, 이 비용은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가?
같은 광고비라도 매출로 이어지는 캠페인 비용과, 관성으로 매년 집행되는 비용은 구분해야 합니다. 후자가 바로 줄일 수 있는 돈입니다.
둘째, 비중으로 보면 어떤가?
금액이 작아도 매출 대비 비중이 해마다 오르고 있다면 점검 대상입니다. 절대 금액만 보면 이 흐름을 놓칩니다.
셋째, '기타'에 무엇이 들어 있나?
가장 위험한 항목은 이름이 모호한 항목입니다. '기타'와 '지급수수료'를 한 번 펼쳐 보면, 줄일 수 있는 돈이 의외로 거기 숨어 있습니다. 컬리의 사례가 정확히 그 지점을 보여줍니다.
여러분의 부서 비용 항목 중에서, 지금 이름만 보고 '늘 그래왔으니까'라며 그냥 넘기고 있는 비용은 무엇인가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 판관비 항목을 하나씩 펼쳐 보면, 같은 비용처럼 보여도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종류가 섞여 있습니다. 매출이 반토막 나도 매달 똑같이 나가는 비용(임차료, 정규직 급여)과, 매출이 줄면 함께 줄어드는 비용(운반비, 판매수수료)입니다. 앞의 것을 고정비, 뒤의 것을 변동비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불황이 닥쳐 비용을 줄여야 할 때, 여러분의 회사는 둘 중 어디부터 손대야 할까요? 순서를 잘못 잡으면 당장은 숨통이 트여도 회사 체력이 깎이고, 잘 잡으면 위기를 지나고 나서 오히려 더 단단해집니다.
다음 편 「고정비 vs 변동비, 불황에 무엇부터 손대야 하나」에서 그 우선순위를 실무자 눈높이로 풀어드리겠습니다.
아래 글도 이어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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