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보고하는 법〉 연재 포스팅,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보고서를 쓰려고 자료를 펼쳤는데 어디서부터 나눠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MECE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실무에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는 분도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보 정리가 안 되는 이유는 정리 능력이 아니라 나누기 전에 '기준'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했는데 반려당하는 진짜 이유는 능력이 아니라 논리의 순서에 있습니다. 그 첫 단추가 바로 기준 세우기입니다.
MECE 뜻, 절반만 알려져 있습니다.
맥킨지가 만든 개념의 나머지 절반
MECE는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상호배제와 전체포괄'입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정립한 개념으로,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빠짐없이 나누는 것을 뜻합니다. 데루야 하나코의 <로지컬 씽킹>에서는 '중복, 누락, 혼재가 없는 상태'로 표현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설명이 '겹치지 않게, 빠짐없이'라는 결과만 이야기합니다. 정작 그보다 먼저 와야 할 질문은 빼놓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 이 기준을 저는 '축'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축이 없으면 겹치지 않게 나누는 일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MECE의 나머지 절반은 바로 이 기준 설정에 있습니다.
기준이 틀리면 아무리 정성껏 나눠도 어긋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람들을 '직업'으로 나눈다고 해봅시다. 얼핏 깔끔해 보이지만,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저녁에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은 두 칸에 동시에 들어갑니다. 겹침이 생깁니다. 반면 '나이'로 나누면 한 사람은 반드시 한 칸에만 들어갑니다.
같은 사람들을 나누는데도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정리가 되기도 하고 엉키기도 합니다. 데루야 하나코는 <로지컬 씽킹>에서 MECE란 정답을 찾는 수학 공식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기준을 고르는 도구라고 말합니다. 기준을 잘못 잡으면 그다음 작업이 아무리 성실해도 전부 헛수고가 됩니다.

제가 신입 시절 저지른 실패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꺼내보겠습니다. 신입 때 팀장이 "지난 분기 우리가 만난 거래처들 좀 정리해봐"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는 몇 시간을 써가면서 거래처를 정리했습니다. 만난 순서대로,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을 하나하나 표로 옮겼습니다.
다음 날 팀장에게 표를 내밀었습니다. 팀장은 잠깐 보더니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 중에 계약으로 이어질만한 데가 어디야?"
저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제 표에는 그 정보가 없었습니다. 저는 '만난 순서'를 기준으로 잡았는데, 팀장이 원한 기준은 '계약 가능성'이었습니다. 명함에 적힌 걸 그대로 옮기다 보니, 사실 아무 기준도 세우지 않았던 겁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순서대로 베낀 것에 불과했습니다.
팀장의 최종 피드백은 역시나 "다시 해와"였습니다.
MECE 활용법의 핵심은 목적에서 기준을 찾는 것입니다.
그날 배운 것은 이것입니다. 기준은 자료 안에 있지 않습니다. 자료를 왜 정리하는지, 그 목적 안에 있습니다. 팀장의 목적은 '누구에게 영업 리소스를 더 집중할까?'였고, 그렇다면 기준은 계약 가능성이어야 했습니다. 만약 목적이 '어느 지역 출장을 늘릴까'였다면 기준은 지역이어야 했겠죠.
똑같은 거래처 명단도 목적이 바뀌면 기준이 바뀌고, 기준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표가 됩니다. 그래서 MECE를 실무에 쓸 때는 나누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이 정리로 어떤 판단을 도우려 하는가'
나누기 전에 멈추는 3초가 밤샘을 아낍니다.
정보 앞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곧장 나누기 시작합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분류합니다. 그 3초의 조급함이 밤샘을 부릅니다. 나누기 전에 딱 한 번 멈춰서 "이걸 왜 나누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눠야 목적에 닿지?"를 고민하는 사람과, 곧장 손부터 대는 사람의 결과물은 완전히 다를 겁니다.
MECE의 진짜 시작은 겹치지 않게 나누는 기술이 아니라, 나누기 전에 기준을 세우는 3초의 멈춤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논리적으로 보고하는 법〉의 첫 단추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기준을 세우기도 전에 어긋나는 지점, 즉 상사가 물은 질문을 잘못 읽는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정리하려는 자료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세워야 목적에 닿게될까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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