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를 하는 팀원 앞에서 팀장이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질문은 "왜 안 하느냐?"입니다.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이야기 속 상사는 끝까지 그 질문만 하다가, 결국 자기가 먼저 사무실을 옮기게 됩니다.
이 글은 「직장인 소설 추천 6편, 회사에서 버티는 마음을 읽는 고전」 연재의 두 번째 편입니다. 이 연재글 전체는 이 글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팀장님, 그건 제 업무 범위가 아닌 것 같은데요."
독일 고객사 클레임 대응 자료를 같이 만들자고 했을 때 돌아온 대답이었습니다. 목소리는 공손했고 표정도 평온했습니다. 그 팀원은 맡은 견적서와 출하 서류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습니다. 6시 정각에 노트북을 덮었고, 회의에서는 묻는 말에만 답했습니다. 일을 안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딱 그만큼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알겠어요" 하고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바틀비는 왜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했을까요?
허먼 멜빌이 1853년에 발표한 <필경사 바틀비>의 화자는 월가에서 법률 문서를 다루는 나이 든 변호사입니다. 그는 서류를 손으로 베끼는 필경사 바틀비를 새로 고용합니다. 처음에 바틀비는 엄청난 양의 일을 정확하게 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서 대조를 도와달라는 부탁에 이렇게 답합니다. "I would prefer not to."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는 말입니다.
그 뒤로 바틀비가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됩니다. 창밖의 돌담만 줄곧 바라봅니다. 어느 일요일, 상사는 바틀비가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됩니다.
바틀비는 끝까지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바틀비의 이야기라기보다, 이유를 모르는 팀원 앞에 선 상사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바틀비의 상사가 한 일과 하지 않은 일
상사는 여러 번 바틀비를 설득하고, 그에 대해 무언가 알아내려 애씁니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로 끝납니다. 그의 마음은 연민과 짜증 사이를 오갑니다. 거래처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하자, 그는 바틀비를 내보내는 대신 자기 사무실을 다른 건물로 옮겨 버립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까 싶긴 합니다.
어찌 되었든, 제게는 이 대목이 가장 찔리는 부분이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사가 문제에서 멀어지는 방법을 택한 것이죠. 팀장이 더 이상 그 팀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고, 회의에서 이름을 부르지 않게 되는 순간과 닮아 있었습니다.
바틀비는 결국 부랑자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먹지 않는 편을 택하다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상사가 그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 유일한 단서는 그가 죽은 뒤에야 전해집니다. 바틀비가 전에 배달되지 못한 편지를 처리하는 부서에서 일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상사가 끝까지 몰랐던 건 바틀비가 왜 일을 안 하는가가 아니라, 그전에 도대체 뭐가 그 사람을 지치게 했는가였습니다.

조용한 퇴사, 팀원만의 일일까요?
갤럽이 2026년 4월에 발표한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직원 가운데 일에 몰입한 사람은 20%에 그쳤습니다. 64%는 몰입하지 않은 상태, 16%는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회사에 몸은 두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거둬버린 상태, 요즘 말로 조용한 퇴사에 가까운 사람이 열에 여섯이 넘는 셈입니다.
더 눈여겨볼 숫자는 관리자 쪽입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관리자의 몰입도는 2022년 31%에서 2025년 22%로 떨어졌습니다. 바틀비 앞에서 쩔쩔매는 팀장 역시 이미 반쯤 바틀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친 팀장은 지친 팀원에게 좋은 질문을 할 힘이 없습니다.
조용한 퇴사를 하는 팀원과 마주 앉을 때
먼저 짚어둘 게 있어요, 업무 범위를 지키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란 점. 문제는 그 선 뒤에서 일과 회사에 대한 마음이 식어 가는 경우입니다. 그때 팀장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질문입니다.
| 피하고 싶은 질문 | 대신 해볼 질문 |
| "왜 이것도 안 해요?" | "요즘 일하면서 가장 힘 빠지는 순간이 언제예요?" |
|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 "예전에 열심히 했는데 돌아온 게 없던 일이 있었어요?" |
| (아무 말없이 중요한 일에서 빼기) | "이 일에서 기대하는 수준을 같이 정해 볼까요?" |
두 번째 질문이 바틀비의 상사가 끝내 하지 못한 질문입니다. 배달되지 못한 편지처럼, 누군가의 노력이 어디에도 닿지 못했던 경험은 대개 지금 이 회사가 아니라 그 이전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틀비처럼 마음을 거뒀던 그 때, 상사가 어떤 질문을 해줬다면 달라졌을까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아래 글도 이어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직장인 소설 추천 6편, 회사에서 버티는 마음을 읽는 고전
이 글의 핵심자기계발서는 우리에게 답을 주지만, 고전 문학은 지금의 내 처지를 비춰보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아래 '내 처지에 맞는 고전 고르기' 표에서 지금 내 처지에 가장 가까운 한 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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