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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퇴사 고민이 길어질수록 회사가 더 감옥같은 이유, 체호프 단편 소설 <내기>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10. 6.

이 글의 핵심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이 이 회사에서 버티는 것을 매일 아침 새로 내려야 하는 결정으로 만듭니다. 체호프의 <내기>에서 15년을 갇혀 지낸 변호사는 15년이 끝나기 5시간 전에 스스로 나가서, 15년을 돈과 바꾼 거래가 아니라 자기가 선택한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황당한 끝맺음, 열린 결말의 안톤 체호프 소설의 묘미인데, ⟨내기⟩도 그렇습니다.

이 글은 <직장인 소설 추천 6편, 회사에서 버티는 마음을 읽는 고전 연재>의 첫 번째 편입니다. 이 연재글에 대한 전체 소개글은 이 글맨 아래의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7시 40분, 사무실에 가장 먼저 출근해 노트북을 엽니다. 메일함에는 지난밤 나이 드실 만큼 드신 한 상사가 보낸 메일이 와 있습니다. 금요일에 제가 바이어에게 보낸 메일의 문장 세 개를 고쳐서 다시 보내라는 내용입니다. 견적서 단가의 소수점 자리부터 회의록 글꼴까지 일일이 확인받는 날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은 미주 항만 파업으로 선적이 3주나 밀려 월 매출이 빠졌는데, 월례 회의에서 그 책임은 고스란히 제 몫이 됐습니다. 그런 날이면 저는 퇴근길에 잡포털 앱을 열어 이력서를 고칩니다. 경력 기술서의 숫자를 최신으로 바꾸고, 저장을 누르고, 앱을 닫습니다. 지원 버튼은 한 번도 누르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떠나지 않은 날에도 저는 매일 떠날 준비만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데 왜 더 괴로울까요?

안톤 체호프가 1889년에 발표한 단편 <내기>는 한 저녁 파티의 논쟁에서 시작합니다. 사형과 종신형 중 무엇이 더 잔인한가를 두고 부유한 은행가와 젊은 변호사가 내기를 겁니다. 변호사가 정원 별채에서 15년을 혼자 지내면 은행가가 200만 루블을 주기로 합니다. 책과 음악과 술은 창문으로 받을 수 있지만, 사람은 만날 수 없습니다. 조건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위반이라도, 설령 기한 2분 전이라도 조건을 깨면 은행가는 돈을 줄 의무에서 벗어납니다.

변호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갈 수 있었습니다. 대가가 200만 루블이었을 뿐입니다. 변호사가 이 내기에서 이길 것이 확실해 보이던 그날, 내기하기로 결정된 그날, 은행가는 변호사에게 이렇게 훈수를 둡니다. "자발적인 수감이 강제 수감보다 훨씬 견디기 어렵다는 걸 명심하게나." 원할 때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감옥에서 버티는 하루가 더 고역이 된다는 말입니다.

강제로 갇힌 사람에게는 결정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들어간 사람은 매일 아침 남을지 말지를 다시 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회사에 남아 있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으신가요?

매일 아침 사직서를 다시 여는 사람들

회사도 같습니다. 사직서는 내는 순간보다 품고 다니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인크루트가 2025년 2월 직장인 830명에게 물은 조사에서, 연봉 협상을 마친 직장인의 52.2%가 퇴사 충동을 느꼈고, 그중 92.6%는 이직을 시도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충동은 흔합니다. 문제는 충동과 실행 사이의 긴 간격입니다.

18년 동안 팀을 맡아보니, 마음이 떠난 팀원은 일을 대충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맡은 일은 끝까지 해냅니다. 대신 다음 분기 계획을 물으면 "그때 가서 보시죠"라고 답하기 시작합니다. 하루 힘의 일부를 '오늘도 남을까'라는 질문에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질문은 출근할 때마다 다시 돌아옵니다.

 

15년을 버틴 변호사는 왜 기한 5시간 전에 나갔을까요?

변호사는 15년 동안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반면 은행가는 그사이 재산을 거의 잃었습니다. 약속한 돈을 줄 수 없게 된 은행가는 기한 전날 밤 변호사를 죽이려고 별채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잠든 변호사 옆에 놓인 편지를 발견합니다.

편지에서 변호사는 세상의 지혜와 재물이 모두 덧없다고 적었습니다. 한때 낙원처럼 꿈꾸던 200만 루블을 이제는 경멸한다고, 그래서 돈을 받을 권리를 스스로 버리기 위해 약속한 시각 5시간 전에 나가 계약을 깨겠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읽은 은행가는 자신에 대한 경멸로 울고 맙니다.

변호사가 끝까지 버텼다면 그는 돈을 위해 15년을 판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5시간을 남기고 스스로 문을 열었기 때문에, 그 15년은 거래가 아니라 그가 고른 시간이 됩니다. 다만 체호프는 세상을 등진 변호사의 결론을 정답으로 내세우지 않습니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그 선택의 주인이 누구인가입니다.

 

마음 떠난 회사에서 열린 문을 다루는 법

가장 비싼 선택은 닫힌 문을 매일 열어보기만 하는 겁니다. 문을 닫든, 문으로 걸어 나가든 둘 중 하나를 고르면 하루가 가벼워집니다.

방법 이렇게 해봅니다 달라지는 것
기한 정하기 "내년 3월 평가까지"처럼 날짜를 정하고, 그 전에는 사표 고민을 접습니다 매일 하던 결정이 한 번으로 줄어듭니다
남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쓰기 "올해 유럽 신규 고객사 두 곳은 내 손으로 뚫는다" 버티는 일이 거래가 아니라 선택이 됩니다
나갈 준비를 실제로 시작하기 이력서를 고치고, 헤드헌터와 한 번 통화합니다 문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가 됩니다

변호사가 남긴 것은 언제 나가느냐에 대한 답이 아니었습니다. 남는 이유도, 떠나는 이유도 내가 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회사에 남아 있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으신가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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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소설 추천 6편, 회사에서 버티는 마음을 읽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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