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제가 대략 짐작해 본 한 주동 안의 회의 시간은 5시간, 그런데 실제로 기록한 회의 시간은 11시간이었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계획보다 기록을 먼저 하라고 한 이유를 일주일 만에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주에 회의에 몇 시간을 쓰셨나요? 월요일 아침의 저라면 "다섯 시간쯤"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을 겁니다. 그래서 추석 연휴가 끝난 이번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0분 단위로 제가 쓴 시간을 모두 적어 보았습니다. 금요일 오후, 기록을 합산한 표를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드러커는 왜 계획보다 기록을 먼저 하라고 했을까요?
피터 드러커의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는 지식근로자가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 습관을 다룹니다. 시간 관리, 공헌, 강점 활용, 우선순위 결정, 의사결정입니다. 그 가운데 맨 앞에 놓인 것이 시간이고, 2장의 제목은 '당신의 시간을 알라'입니다.
드러커는 성과를 내는 사람은 해야 할 일 목록이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부터 파악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억력 좋다고 자랑하던 최고경영자들에게 자신의 시간 사용을 떠올려 보게 한 뒤 실제 기록과 비교하면, 두 결과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그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며,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드러커가 말한 시간 관리 3단계
드러커의 방법은 세 단계로 정리됩니다.
- 첫째는 기록입니다. 기억이 아니라 실제로 쓴 시간을 적습니다.
- 둘째는 정리입니다. 기록을 보며 성과와 무관한 일을 걷어냅니다.
- 셋째는 통합입니다. 흩어진 자투리 시간을 모아 한 번에 길게 쓸 수 있는 덩어리로 만듭니다.
그런데 직장인에게 가장 낯선 것은 셋째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비는 시간이 합쳐서 두 시간이라도, 그것이 15분씩 여덟 번으로 쪼개져 있으면 제안서 한 장 제대로 쓰기 어렵습니다. 드러커는 쓸 수 있는 시간이 짧은 단위로 나뉘어 있으면 전체 양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일주일 동안 기록한 제 시간
지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업무 시간은 모두 48시간이었는데, 제가 한 어림짐작과 실제 시간을 나열해 보니 이랬습니다.
| 업무 | 어림짐작한 시간 | 실제 시간 |
| 회의 | 5시간 | 11시간 |
| 메일, 메신저 | 8시간 | 14시간 |
| 고객사 통화, 화상회의 | 6시간 | 5시간 |
| 보고서, 내부 자료 작성 | 12시간 | 6시간 |
| 팀원 면담, 코칭 | 6시간 | 3시간 |
| 기타(결재, 이동, 돌발 업무 대응) | 11시간 | 9시간 |
기록이 보여준 세 가지
첫째, 회의 시간은 제 짐작의 두 배였습니다. 제가 소집한 회의는 세 번 뿐이었는데, 다른 팀이 부른 회의와 "잠깐 얘기 좀 하자"로 시작한 즉석 회의가 여덟 번이나 되더군요. 즉석 회의는 회의했다고 기억하지조차 못했습니다.
둘째, 90분 이상 끊기지 않고 일한 시간은 일주일에 고작 두 번뿐이었습니다. 해외영업의 시차 탓이 컸습니다. 유럽 고객사는 우리 시간으로 오후 4시 무렵부터 연락이 오고, 북미 고객사의 메일은 밤사이 쌓입니다. 오전은 밤새 온 북미 메일에, 오후는 유럽 통화에 쪼개지니 정작 4분기 전략 보고서는 매일 20분씩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습니다.
셋째, 팀원 면담은 3시간이었지만 대부분 복도에서 "그 건 어떻게 됐어요?"를 묻는 확인뿐이었습니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은 시간은 40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드러커의 질문을 제 업무에 던져 보니
드러커는 기록을 정리할 때 스스로 묻게 합니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아무 일도 없다면 그만두라는 것입니다. 이 질문 하나로 두 가지 일을 걷어내 버렸습니다. 부문장용과 팀 공유용으로 따로 만들던 주간 실적 보고는 한 장으로 합쳤고, 참조로만 받던 타 부서 일일 메일은 수신을 끊었습니다.
드러커는 또 팀원들에게 "내가 여러분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일이 있는가?"를 물어보라고 권합니다. 용기를 내어 물었더니 한 팀원이 조심스럽게 답했습니다. 제가 퇴근 무렵 보내는 "내일 아침에 잠깐 봅시다"라는 제가 보낸 메시지 때문에 다음 날 오전 일정을 비워 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한 줄이 다른 사람의 오전을 통째로 묶고 있었습니다.
다음 주에 바꿀 한 가지, 시간을 덩어리로 묶기
다음 주부터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메신저를 끄고 보고서만 씁니다. 유럽 고객사 통화는 오후 4시 이후로 몰고, 북미 메일 답장은 출근 직후 40분 안에 끝냅니다. 모든 것을 바꾸려 하지 않고, 시간을 덩어리로 묶는 것 하나만 먼저 해 볼 생각입니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쪼개져 있었습니다
일주일 기록이 알려 준 것은 제가 게을렀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시간은 충분히 있었죠. 하지만 너무 작게 쪼개져 있어서 제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드러커가 무려 60년 전에 쓴 처방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그가 시간을 늘리는 법이 아니라 이미 가진 시간을 보는 법을 가르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번 주에 가장 길게 끊기지 않고 일한 시간은 몇 분이었나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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