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듀얼 브레인>은 AI와 일하는 방식을, <AI션십>은 AI와 맺는 관계를, <플러스 휴먼>은 AI 곁에서 내가 누구로 설 것인지를 묻습니다. 세 번째 질문의 답은 뜻밖에도 20년 동안 쌓아 온 경험 안에 있었습니다.
입사 3년 차 팀원은 AI 도구를 5 개쯤 씁니다. 20년 차인 저는 두 개만 씁니다. 그런데 지난달 같은 과제를 가지고 AI에게 초안을 맡겼을 때, 고객사에 그대로 보낼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온 쪽은 제 쪽이었습니다(자랑하자는 건 아닙니다). 도구를 더 많이 쓰는 게 아니라, AI에게 뭘 시켜야 할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AI 3부작 마지막 책은 김미경 작가의 <김미경의 플러스 휴먼>입니다. 앞의 두 권이 경영대학원 교수의 책이라면, 이 책은 나이 예순둘에 AI를 처음 배운 사람의 기록입니다.
노멀 휴먼과 플러스 휴먼은 무엇이 다를까요?
저자는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눴어요. 노멀 휴먼은 하나의 머리와 두 개의 손으로 혼자 생각하고 혼자 실행하는 사람이고, 플러스 휴먼은 AI를 더해 두 개의 뇌와 열 개의 손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둘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연결입니다.
회사 업무에 비춰보자면 이렇게 풀 수 있습니다. 노멀 휴먼 팀장은 해외 시장 조사 보고서를 쓸 때 자료를 직접 찾고, 직접 정리하고, 직접 씁니다. 플러스 휴먼 팀장은 자료 수집과 초안을 AI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결론이 맞는지 따지는 데 집중합니다. 일하는 시간은 같아도 판단에 쓰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왜 중년 직장인이 유리하다고 말할까요?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타겟 독자층입니다. 저자는 4060세대를 염두에 두고 책을 쓴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AI 시대에 앞서가는 사람이 기술을 빨리 익히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잡고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후배를 가르치고 조직을 이끌며 소통법을 익혀 온 세대야말로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냥 중년 독자들을 위로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의 일을 떠올리니 그냥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AI에게 일을 시킨 방식
지난달 유럽 고객사에 보낼 단가 조정 제안서를 AI에게 맡겼습니다. 처음에는 "단가 인상 제안서 써 줘"라고만 했더니, 어느 회사에나 보낼 수 있는 평범한 문서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신입 사원에게 그간의 히스토리를 공유하듯 다시 말했습니다. 이 고객사는 작년에 경쟁사로 물량 일부를 옮겼다가 품질 문제로 돌아왔다는 것, 담당 구매자는 숫자보다 근거 자료를 먼저 본다는 것, 우리가 원하는 결론은 인상 폭이 아니라 적용 시점이라는 것까지 알려 주었습니다. 두 번째 초안은 거의 손댈 곳이 없었습니다.
AI에게 전달한 건 스킬이 아니었죠. 20년 동안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며 몸에 밴 디렉팅 노하우, 그리고 그 고객사와 쌓아 온 시간들이었습니다. 요즘 말하는 프롬프트는 사실 팀장들이 매일 하던 업무 지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 권의 책은 AI를 어떻게 다르게 부를까요?
이번 연재 포스팅 3부작을 마무리하면서, 세 권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보겠습니다.
| 책 | 저자 | AI를 부르는 방식 | 팀장에게 던지는 질문 |
| 듀얼 브레인 | 이썬 몰릭 | 켄타우로스, 사이보그 (일하는 방식) | 어떤 업무를 AI에게 맡길 것인가? |
| AI션십 | 김수민 | 관계 경제 (맺는 관계) | 팀원은 누구에게 먼저 묻는가? |
| 김미경의 플러스 휴먼 | 김미경 | 노멀 휴먼, 플러스 휴먼 (나의 정체성) | AI 곁에서 나는 무엇을 더하는가? |
세 저자는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봅니다.
- 몰릭은 책상 위의 업무를,
- 김수민 교수는 사람과 AI 사이의 거리를,
- 김미경 작가는 거울 속의 나를 봅니다.
그리고 세 권 모두 같은 결론에 닿습니다. AI가 일을 잘할수록, 사람에게 남는 몫이 더 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경험은 AI가 대신 쌓아 주지 않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모두가 같은 AI를 쓰는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있을 차이가 그 사람만의 '결'과 '호흡', 그리고 '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마찰'을 꼽습니다. 해외영업에서 마찰은 익숙한 말입니다. 바이어가 무리한 조건을 내밀 때 "그건 좀 어렵습니다"라는 말을 하고도 관계를 지켜내는 힘, 그리고 그 한마디를 언제 꺼낼지 아는 감각은 AI가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중년 직장인이 AI 앞에서 위축될 이유는 없습니다. 무슨 도구든지 몇 주면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무엇을 시켜야 하는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는 20년이 걸려 배운 것입니다. 플러스 휴먼이 된다는 것은 새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경험에 AI라는 도구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 가운데, AI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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