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은?
Q. 연휴 뒤 첫 월요일, 팀장은 무엇부터 봐야 할까요?
A. 쌓인 메일과 4분기 목표보다 팀원들의 얼굴이 먼저입니다. 연휴 직후 첫 월요일은 1년 중 이직 지원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이거든요.
월요일 아침 7시 40분, 사무실 불을 켜고 두 개의 화면을 띄웠습니다. 왼쪽에는 연휴 동안 쌓인 메일이 100통이 넘고, 오른쪽에는 4분기 목표 대비 실적표가 있었습니다. 달성률 칸의 숫자는 연휴 전과 똑같았지만, 남은 영업일 칸의 숫자는 며칠 줄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아침 비슷한 두 화면 앞에 앉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연휴 동안 바이어는 쉬지 않았습니다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명절은 늘 우리만의 휴일이었습니다. 우리가 귀성 길에 오르는 동안 북미와 유럽의 고객사는 평소처럼 출근해 납기를 묻고 단가를 물었습니다. 게다가 10월은 해외영업에 사실상 4분기의 승부처입니다. 북미는 11월 추수감사절 무렵부터, 유럽은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실상 일상 업무가 거의 없다시피 하죠. 올해 10월에는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끼어 있어 실제로 업무를 할 수 있는 날이 더 적을 것 같네요.
그래서 연휴 뒤 첫날, 팀장의 손은 자연스럽게 메일함으로 갑니다.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이 팀장의 일이라고 저도 오래 믿었습니다.

몇 해 전 추석, 제가 놓친 것
몇 해 전 추석 뒤 첫 출근 날, 저는 오전 내내 바이어 메일에 답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입사 4년 차 팀원이 조용히 면담을 청했습니다. 연휴 동안 생각을 정리했다고 하더군요. 이미 다른 회사 최종 면접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날 제가 먼저 답한 메일 백여 통 가운데, 그 팀원의 일보다 급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연휴 직후 첫 출근하는 날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가장 많이 내는 날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겪은 저희 팀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잡코리아가 최근 2년간 명절 전후 구직 활동을 분석한 결과, 최근 4차례 명절 모두 연휴 직후 첫 월요일의 입사 지원 건수가 명절 전후 4주 중 가장 많았고, 평일 평균 대비 매번 20% 안팎 늘었습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1,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연휴 이직 준비 계획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3%가 연휴 동안 이직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흐름을 관리하는 일을 '리텐션(Retention)', 즉 인재를 붙잡아 두는 일이라고 부릅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현장에서 리텐션은 연봉 협상보다 먼저 '떠날 생각을 굳히기 전에 알아차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바이어 메일은 하루 늦게 답해도 사과로 수습할 수 있지만, 팀원이 연휴 동안 굳힌 마음은 늦게 알아차리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실적 압박 속에서 월요일 오전에 할 수 있는 일
메일함을 열기 전에 자리를 한 바퀴 돕니다
대단한 말은 필요 없습니다. 잘 쉬었는지, 고향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는지 묻고 대답하는 얼굴을 봅니다. 평소보다 짧게 답하는 사람, 눈을 먼저 피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날 오후에 커피 한 잔을 청해 보는 겁니다.
4분기 숫자는 혼자 들고 있지 않습니다
"목표까지 얼마 남았다"는 말은 팀을 조급하게 만들 뿐입니다. 대신 "이번 주 무엇부터 할까?"로 표현을 바꿔서 팀원들과 얘기해 봅시다. 같은 숫자라도 질문의 모양에 따라 팀원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다를 겁니다.
메일은 납기와 클레임부터 답합니다
가격 문의는 반나절 늦어도 큰 영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납기와 품질 문제는 한나절 차이로 고객사의 신뢰가 달라집니다. 우선순위만 정해도 오전의 조급함이 크게 줄어들죠.
숫자는 기다려 주지만, 사람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4분기 실적표는 오늘 오전에 보나 오후에 보나 같습니다. 하지만 연휴 동안 한 사람이 내린 결론은 오늘 오전을 넘기면 결론으로 굳어 버릴 수도 있어요. 실적 압박이 가장 무거운 날일수록, 팀장이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함께 만들 사람들입니다.
팀장님들, 연휴 뒤 첫 출근 날, 가장 먼저 보는 게 메일함인가요, 아니면 동료의 얼굴인가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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