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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B2B 제안서 작성, 회사 소개를 앞에 두면 안 되는 이유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9. 21.

이 글의 핵심부터,

Q. 제안서 첫 장에 회사 연혁과 매출을 넣으면 왜 불리한가요?
A. 고객사는 그 장을 읽고 우리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읽을지 말지를 판단합니다.

Q. 그럼 첫 장에 무엇을 넣어야 하나요?
A. "왜 하필 이 회사에 이 제안을 들고 왔는가"에 대한 한 문장입니다.


첫 장을 넘기는 데 3초가 걸립니다

바이어 앞에 제안서를 놓고 마주 앉아 보신 분은 압니다. 상대가 첫 장을 보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를요. 설립 연도, 매출 추이, 생산 거점 지도, 인증서 로고가 빼곡히 들어간 그 장을 바이어는 3초 만에 넘깁니다. 눈이 머무는 게 아니라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그 장이 잘 쓰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아는 내용이거나, 지금 궁금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사는 이미 우리를 조사하고 왔습니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B2B 구매자가 구매를 검토하는 전체 시간 중 공급사와 직접 만나는 데 쓰는 시간은 17%뿐입니다. 여러 공급사를 함께 비교하는 상황이라면 한 회사에 돌아가는 몫은 5~6%까지 줄어듭니다. 나머지 시간에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혼자 찾아봅니다. 홈페이지를 보고, 업계 지인에게 묻고, 경쟁사 견적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제안서를 펼치는 순간, 회사 연혁은 이미 소비된 정보입니다. 우리가 첫 장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상대는 속으로 다른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할 얘기는 언제 나오지?"

 

첫 장에 들어가야 하는 한 문장

바꿔야 할 것은 분량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첫 장에 들어갈 문장은 하나입니다. '이 고객사의 어떤 상황을 보고 이 제안을 들고 왔나?'

이 문장을 쓰려면 상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한 줄은 공들여 조사한 회사와 양식만 채워 온 회사를 정확히 갈라놓습니다. 회사 소개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낼 수 있지만, 이 문장은 이 고객사에만 쓸 수 있으니까요. 제안서에서 복제 불가능한 부분은 사실 이 한 줄 뿐입니다.

 

순서를 바꾸고 나서 달라진 것

제가 팀에서 쓰던 제안서 양식을 대대적으로 손본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오래 공들이던 유럽 고객사에 제안서를 냈는데 회신이 두 달 넘게 없었습니다. 자료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다음 제안서에는 인증 현황과 설비 사진을 더 넣었습니다. 결과는 변함없었죠.

그래서 세 번째에 순서를 바꿨습니다. 회사 소개를 뒤로 빼고, 첫 장에 그쪽 담당자가 전시회에서 흘리듯 말했던 문제 하나를 적었습니다. 특정 사양에서 납기가 계속 밀려 생산 계획을 다시 짜야한다던 이야기였습니다. 그 아래에 우리가 그 사양을 어떤 리드타임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붙였습니다. 회신은 나흘 만에 왔습니다. 첫 문장이 "이걸 기억하고 계셨네요!"였습니다.

 

그럼 회사 소개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없애자는 말이 아닙니다. 위치를 옮기자는 말입니다.

회사 소개는 상대가 "이 제안 괜찮은데, 이 회사가 감당할 수 있나?"라고 묻기 시작한 다음에 필요합니다. 그 질문은 제안의 내용을 본 뒤에 생깁니다. 그러니 연혁과 실적은 제안의 근거를 다 펼친 뒤, 신뢰를 확인시켜 주는 자리에 놓으면 됩니다. 앞에 있으면 건너뛰는 장이지만, 뒤에 있으면 찾아서 읽는 장이 됩니다.

같은 내용이 위치 하나로 소음이 되기도 하고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최근 보낸 제안서의 첫 장에는, 그 고객사에만 해당하는 문장이 한 줄이라도 있었나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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