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 Q. 주인의식과 책임감은 같은 말인가요?
- A. 다릅니다. 책임감은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고, 주인의식은 맡은 일의 경계를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 Q. 주인의식은 타고나는 성향인가요?
- A. 아닙니다. 통제권, 정보, 자기 투입이라는 조건이 갖춰질 때 자랍니다.
- Q. 시킨 일만 하는 직원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요?
- A. 성의가 부족한 게 아니라, 판단할 정보를 가진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날 같은 지시를 받은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고객사한테 견적서 보내세요." 한 사람은 견적서를 보냈습니다. 정확한 단가에, 오탈자 하나 없이, 정해진 양식대로 보냈습니다. 지시받은 일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견적서를 보내기 전에 잠깐 멈췄습니다. 그리고 이 바이어가 지난 분기에 클레임을 걸었던 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견적서에 클레임 처리 진행 상황 한 줄을 덧붙였고, 회신은 그날 밤에 왔습니다.
20년 넘게 실무 현장에 있으면서, 저는 이 두 부류의 사람을 계속 봐왔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차이를 '태도의 차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절반만 맞는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감은 끝까지 가고, 주인의식은 경계를 정합니다
두 단어는 자주 섞여 쓰이지만 작동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책임감은 주어진 범위 안에서 발휘됩니다. 맡은 일을 도중에 놓지 않고, 실수가 생기면 숨기지 않고, 마감을 지키는 것입니다. 범위는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안을 끝까지 채우는 힘이 책임감입니다.
주인의식은 범위 자체를 다시 설정하는 것에서 나타납니다. "여기까지가 제 일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한 칸 더 나가볼지 말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견적서만 보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클레임 진행 상황을 덧붙인 사람은 시키지 않은 일을 한 것이고, 그 판단의 책임까지 스스로 진 것입니다.
그래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티가 빨리 납니다. 하지만 주인의식이 없는 사람은 몇 년째 문제없이 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킨 일을 다 했으니까요.

주인의식은 성향이 아니라 조건에서 자랍니다
조직심리학자 존 피어스와 동료들이 2001년에 정리한 심리적 소유감 이론은, 사람이 어떤 대상을 '내 것'으로 느끼게 되는 경로를 세 가지로 봅니다. 대상을 통제해 본 경험, 대상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 안에 투입하는 것입니다.
해외영업으로 옮겨보면 이렇게 읽힙니다. 통제는 이 거래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느냐입니다. 가격도 납기도 전부 위에서 정해져 내려오면, 담당자는 전달자가 됩니다. 아는 것은 이 바이어가 왜 이 조건을 요구하는지, 지난 3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느냐입니다. 견적서 숫자만 받은 사람은 그 숫자가 왜 그 숫자인지 모릅니다. 자기 투입은 그 계정에 내 시간과 판단이 얼마나 들어갔느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세 가지가 전부 환경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마음가짐이 아니라요.
예전에 어느 고참 팀원에게 고객사 하나를 통째로 맡기면서, 가격 결정 권한을 일부 넘긴 적이 있습니다. 그전까지 그 팀원은 시킨 일을 정확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딱 거기까지였었죠.
권한을 넘긴 다음 주, 그 팀원이 보고를 들고 왔습니다. 그 고객사의 지난 견적 이력, 가격대별 영업이익률 시뮬레이션, 그리고 고객과 우리가 서로 받아들일 만한 가격 구간이 어디쯤인지까지 정리해서 가져왔습니다. 저는 그 자료를 만들어 오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열어전 건 세 경로 중 하나, 통제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그 팀원은 나머지 하나를 스스로 열더라구요. 자기가 결정해야 하니까, 알아야 했던 겁니다. 그 팀원의 성향이 그 주에 바뀌었을 리는 없습니다. 바뀐 것은 그가 선 자리였습니다.
시킨 일만 하는 직원은 대개 만들어집니다
이 대목이 20년 동안 제 생각이 바뀐 지점입니다.
신입 때부터 시킨 일만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은 처음에 한 번씩 넘어봅니다. 시키지 않은 걸 해보고, 의견을 내보고, 판단해봅니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가 그때 이런 말을 듣습니다. "누가 그렇게 하래?" 이게 제일 큰 걸림돌이죠.
그 말을 두어 번 들으면 계산이 끝납니다. 범위 안에 있으면 안전하고, 범위를 넘으면 위험합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은 시킨 일만 합니다. 성실하게, 정확하게, 딱 거기까지만 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누군가 그를 두고 "주인의식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것이죠.
물론 조건이 다 갖춰져도 넘지 않는 사람은 있습니다. 환경이 전부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순서는 분명합니다. 조건을 열어보지 않은 채 태도부터 탓하면, 대개 틀립니다.
여러분이 오늘 확인할 수 있는 것
일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지금 맡은 일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도 없다면 주인의식이 안 생기는 게 정상입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건 통제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아는 것을 늘리는 쪽입니다. 세 경로 중 정보는 대체로 혼자서도 열 수 있는 문입니다.
그럼 이제 제가 이 포스팅에서 진심으로 여쭙고자 하는 것은 바로 아래입니다.
팀을 맡은 입장이라면, 질문을 바꿔보세요. "이 사람은 왜 주인의식이 없을까?"가 아니라 "나는 이 사람에게 무엇을 결정하게 해 봤지?"입니다. 답이 비어 있다면 아직 그 사람의 태도를 판단할 단계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지금 일에서,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판단해 처리한 마지막 일은 언제였습니까?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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