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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직장인 번아웃 - 개인이 아니라 조직문화의 문제인 이유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8. 23.

이 글의 핵심

Q. 번아웃은 개인이 체력과 마음을 관리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일까요?

A. 그렇게만 볼 수 없습니다. WHO는 번아웃을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직업적 현상으로 정의합니다. 개인의 회복도 필요하지만, 원인이 되는 업무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직원에게 회사가 명상 앱, 요가 수업, 회복탄력성 강의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지원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잠시 숨을 돌리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과 불공정한 평가, 통제할 수 없는 일정은 그대로 둔 채 직원에게 더 잘 버티는 법만 가르친다면 처방의 방향이 맞지 않겠죠. 사람은 회복을 시킬 수 있다고 해도, 결국 똑같은 업무 환경으로 돌아간다면 아무 소용없을 테니까요. 

 

WHO는 번아웃을 질병이 아닌 ‘직업적 현상’으로 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에 번아웃을 직업적 현상으로 포함했습니다. ICD-11은 2022년 1월 1일 공식 발효됐습니다.

WHO의 정의는 분명합니다. 번아웃은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데에서 생기는 증후군입니다. 그 특징은 에너지 고갈이나 탈진, 일과 심리적으로 멀어지거나 일에 냉소적으로 변하는 상태, 직업적 효능감의 저하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WHO는 번아웃을 의학적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으며, 직업 영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에만 이 용어를 적용합니다. 그렇다고 심각한 증상을 방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탈진과 수면 문제, 무기력감이 지속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다른 건강 문제와 구분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성실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떠맡기는 방식은 보상이 아니라 소진의 경로가 되어 버립니다.

사람과 일터가 어긋나는 여섯 지점

번아웃 연구자인 크리스티나 매슬랙과 마이클 라이터는 번아웃을 사람과 일터 사이의 만성적인 불일치로 설명합니다. 두 연구자가 정리한 ‘업무생활의 여섯 영역’은 업무량, 통제권, 보상, 공동체, 공정성, 가치입니다.

  • 업무량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인지의 문제입니다.
  • 통제권은 자신의 업무 방식과 우선순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 보상에는 급여뿐 아니라 인정과 성취감이 포함됩니다.
  • 공동체는 동료와 상사 사이의 신뢰와 지원, 갈등을 다루는 방식을 말합니다.
  • 공정성은 의사결정과 평가가 정당하다고 느끼는 정도이며,
  • 가치는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과 조직이 실제로 요구하는 행동이 일치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여섯 영역 가운데 보상, 공동체, 공정성은 이번 연재 기획에서 다룬 존중의 문화와 직접 연결됩니다.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관계에서 무시당하며, 평가와 기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일터에서는 냉소와 효능감 저하가 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존중이라는 말만으로 나머지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따뜻하게 말해도 업무량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고 결정권이 전혀 없다면 번아웃 위험은 줄지 않습니다. 존중은 친절한 말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업무량과 권한, 보상과 규칙을 사람답게 설계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개인을 회복시키기 전에 일의 구조를 살펴야 합니다

조직이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 직원은 왜 약해졌는가”가 아닙니다. “이 일을 하면서 버틸 수 없게 만드는 조건이나 이유는 무엇인가?”입니다.

업무량이 특정 시기에만 늘어난 것인지, 과부하가 일상적인 운영 방식이 됐는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직원이 우선순위를 조정할 권한은 있는지, 불가능한 요구를 거절하거나 상급자에게 올릴 통로가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노력과 성과가 인정되는지, 같은 기준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 지원과 조직 개선은 양자택일이 아닙니다. 상담과 휴식,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은 필요한 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WHO의 직장 정신건강 지침도 개인을 위한 개입과 함께 업무환경의 위험요인을 줄이는 조직 차원의 개입을 다룹니다. 회복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원인이 되는 조건을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해외영업의 긴장까지 없앨 수는 없겠죠

해외영업에는 시차와 갑작스러운 고객 요청, 선적 마감처럼 없애기 어려운 긴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담을 업무의 숙명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조직은 야간 연락을 누가 맡을지, 서로 다른 긴급 요청의 우선순위를 누가 결정할지, 집중 근무 뒤 회복 시간을 어떻게 보장할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해외영업과 조직관리를 하며 제가 중요하게 본 것도 일이 힘든가 보다 그 부담을 혼자 감당하게 만드는 가였습니다. 업무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도움을 요청할 수 없고,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으며, 애써온 과정마저 당연하게 취급되는 상태입니다. 존중받는다는 감각은 말보다 이런 운영 방식에서 확인됩니다.

 

존중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켜냅니다

이번 연재 기획에서는 존중이 성과로 이어지는 여러 통로를 살펴봤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문제와 이견을 일찍 드러내게 하고, 무례함을 줄이면 직원들이 노력이 은근슬쩍 조용히 빠져나가는 걸 막습니다. 인정은 작은 진전을 이어가게 하며, 존중하는 피드백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일을 개선하게 합니다.

마지막에 이렇게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생산성의 지속 가능성 때문입니다. 압박과 두려움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 과부하나 공정하지 못한 것, 그리고 직원들의 냉소가 쌓이면 회사는 성과를 오래 유지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런 경우 많이 보셨을 거예요. 가장 성실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떠맡기는 방식말이죠. 이건 보상이 아니라 소진의 경로가 되어 버립니다.

존중의 문화는 사람을 편하게만 해주는 복지가 아닙니다. 사람이 무너지기 전에 잘못 설계된 일을 발견하고 고치도록 해주는 인력 운영의 원칙입니다.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만큼, 그 성과를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는지도 조직의 실력입니다.

여러분의 일터는 지친 사람에게 버티는 법을 가르치고 있나요, 아니면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일의 구조를 바꾸고 있나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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