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바쁘게 일했는데, 퇴근할 때 "난 오늘 대체 뭘 한 거야?" 싶은 날이 있습니다. 회의에 불려 다니고, 메신저에 답하고, 결재를 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은 한 줄도 손대지 못한 채 하루가 끝납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자기경영노트>에서 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성과를 내는 사람은 '할 일'에서 출발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이 어디에 쓰이는지'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누군가가 성과를 못 내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방해받지 않는 '연속된 시간'을 단 한 번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과가 안 나는 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시간의 총량이 아니라 시간이 잘게 부서졌다는 데 있습니다. 드러커는 조직에 속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시간을 남을 위해 내주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실제 업무보다 '상호작용'에 쓰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한 데이터가 드러커의 통찰을 뒷받침합니다. UC어바인의 글로리아 마크 교수 연구에 따르면, 한 번 방해를 받은 뒤 원래 하던 일에 온전히 다시 몰입하기까지 평균 23분이 걸립니다. 경영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주의 잔류(attention residue)'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보고서를 쓰다 메신저 하나에 답하고 돌아오면, 우리 뇌의 일부는 여전히 아까 그 메신저에 정신이 붙잡혀 있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하루에 다섯 번만 방해받아도 거의 두 시간이 증발하는 셈입니다.
자투리 시간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합니다
성과를 내려면 '자유재량 시간(Discretionary Time)'을 확보해야 합니다. 자유재량 시간이란 남의 요청이나 회의에 끌려가지 않고 온전히 내 판단으로 쓸 수 있는, 연속된 시간 덩어리를 말합니다. 드러커는 짧게 쪼개진 자투리 시간은 아무리 모아도 쓸모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10분씩 여섯 번은 60분이 아닙니다. 깊이 있는 기획서 한 장, 중요한 의사결정 하나는 방해 없는 90분에서 나오지, 회의 사이에 낀 10분짜리 틈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드러커는 우선순위가 낮은 일은 지나칠 정도로 쳐내서라도 연속된 시간을 만들어내라고 강조합니다.

시간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관리합니다
시간 관리의 첫걸음은 계획이 아니라 '실제 기록'입니다. 많은 분이 하루를 마친 뒤 기억에 의존해 시간을 되짚지만, 드러커는 이것이 가장 부정확하다고 봤습니다. 일한 바로 그 순간에 즉시 기록해야 진실이 보입니다. 방법은 세 단계입니다.
- 첫째, 2~3주간 시간을 실시간으로 적는다 (기록)
- 둘째, "이 일을 내가 안 했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까? 아무 일도 없었다면 당장 멈춘다"는 생각으로 낭비를 걷어내기 (관리)
- 셋째, 남은 시간을 잘게 흩어두지 말고 하나의 큰 덩어리로 모은다 (통합)
드러커가 소개한 한 경영자는 매일 아침 출근 전, 전화도 연결되지 않는 서재에서 90분씩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했다고 합니다.
자유재량 시간이 '0'이었던 어느 영업팀장
제가 이전 회사의 해외영업팀장으로 일하던 시절, 하루의 대부분은 임원들과 타 부서의 요청을 처리하는 데 쓰였습니다. 정작 본연의 업무인 신규 거래처 발굴은 늘 저녁이나 주말로 밀렸습니다. 자유재량 시간이 0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뒤늦게 오전 첫 90분을 '나만을 위한 집중 시간'으로 확보하고 나서야, 몇 주째 밀려 있던 시장 조사와 영업 전략 수립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이 때는 팀원들도 저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일에 집중했습니다.
정리해 보면,
성과는 더 오래 일해서가 아니라 방해 없는 시간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서 갈립니다. 시간을 기록하고, 낭비를 쳐내고, 연속된 덩어리로 통합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드러커가 말한 자기경영의 출발점입니다.
여러분의 하루에서 '방해받지 않는 90분'은 지금 어디에, 몇 시에 존재하고 있나요? 없다면 내일 아침 그 90분을 어떻게 만들어보시겠습니까?
◆ 다음 편 예고: 일 잘하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 노력이 아니라 기여 - 내일 (26년 7월 7일) 발행 예정입니다.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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