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면접까지 통과해서 입사를 하기로 수락해 놓고 말없이 사라지는 지원자들에게는 공통된 심리가 있습니다. 갈등을 피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든다는 점, 그리고 그런 침묵이 결국엔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됐을까요? 지난 글(채용 노쇼가 반복되는 이유 - 최근 8개월 동안 겪은 일)에서 다룬 노쇼 사례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지원자들이 딱히 나쁜 마음을 품고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죠.
왜 침묵을 택할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접근-회피 갈등'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해야 할 일(거절 의사 전달)은 알고 있지만 그 행동이 만들어낼 불편함(상대의 실망, 어색한 통화)이 더 크게 느껴져서 아예 행동 자체를 미루거나 피해버리는 상태입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를 못 해서가 아니라, 그 말을 꺼내는 순간의 긴장감을 견디기 싫은 겁니다. 문제는 이 회피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하루 미루면 이틀, 이틀 미루면 일주일. 결국 "이제 와서 연락하기도 애매하다"는 지점에 도달하고, 그대로 잠적으로 끝나버립니다.

제게 실제로 있었던 일
몇 년 전, 경력직 해외 영업 담당자를 채용한 적이 있습니다. 서류와 면접 모두 만족스러웠고, 처우 협의까지 구두로 끝낸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입사 예정일 사흘 전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메일도, 문자도,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희는 그 자리를 대체할 사람을 다시 급하게 찾아야 했습니다. 당시 팬데믹 특수를 누리던 제품군이었기 때문에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한 다리 건너 어느 한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조건이 더 좋은 곳에서 막판에 연락이 왔는데, 저희 쪽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연락을 끊어버렸다는 겁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바로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침묵이 남기는 것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이 침묵으로 손해를 보는 건 회사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채용 담당자들은 생각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같은 업계, 같은 직무군 안에서는 채용 담당자들끼리 정보가 도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사람 예전에 저희 쪽에서도 그랬다"는 말 한마디가 다음 기회의 문을 닫아버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힌 지원자는 설령 이번엔 인연이 안 됐어도 다음 기회에 다시 연락이 가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거절도 하나의 관계 맺기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거절이 두려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두려움을 침묵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정작 지켜야 할 자신의 평판은 스스로 깎아 먹게 됩니다.
여러분이라면, 합격한 자리를 포기해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거절 의사를 전달하실 건가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아래 글도 이어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채용 노쇼가 반복되는 이유, 최근 8개월 동안 겪은 일
이 글의 핵심Q. 자리 하나 채우는 데 왜 8개월이나 걸렸을까?A. 연봉 테이블 문제도 있었지만, 합격을 수락해 놓고 잠적하거나 입사 전날 말을 바꾸는 지원자들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Q. 구인난
careeranat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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