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 Q. 프로 의식은 무엇으로 확인됩니까?
- A. 평소의 태도가 아니라, 일이 잘못됐을 때 그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으로 확인됩니다.
- Q. 같은 일을 하면 같은 태도가 되나요?
- A. 아닙니다. 한 연구에서는 완전히 같은 직무를 하는 사람들조차 일을 대하는 방식이 세 갈래로 갈렸습니다.
컨테이너가 도착한 다음 날 연락이 왔습니다. 제품 일부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그쪽 생산 라인이 멈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날 오후 회의실 분위기는 여러분이 예상하실 만한 것이었습니다. 품질 쪽에서는 영업이 사양을 잘못 전달한 것 아니냐고 했고, 영업 쪽에서는 출하 검사가 왜 이걸 못 걸렀냐고 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방 안의 모든 대화가 누구 책임인가를 향해 있었습니다. 부서 간 귀책사유 떠밀기는 늘상 있는 일이지만 말이죠.
20년 동안 사고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의 태도는 일이 잘 풀릴 때가 아니라 잘 안 될 때 드러납니다.
같은 일을 해도 세 갈래로 갈립니다
일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고전적인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1997년 에이미 브제스니에프스키 연구팀은 두 곳의 직장에서 196명을 조사해, 사람들이 자기 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분류했습니다.
- 생업(Job)은 일을 생계 수단으로 보는 태도입니다. 보상과 필요가 중심이고, 일 자체에서 의미를 찾지는 않습니다.
- 경력(Career)은 일을 성장의 계단으로 봅니다. 승진과 다음 자리가 기준입니다.
- 소명(Calling)은 일 자체가 의미의 일부인 경우입니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분류입니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직종이나 학력, 소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특히 완전히 같은 일을 하는 대학 행정보조 24명만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도, 세 유형에 고르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전혀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직무가 태도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이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이 연구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 차이를 어떻게 알아보느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직접 봐온 내용입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위의 세 유형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다들 출근하고, 회신하고, 견적을 내고, 실적을 채웁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거의 같습니다.
차이가 드러나는 건 일이 틀어졌을 때입니다. 손해가 생기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가만히 있는 편이 유리해지는 순간. 그때 사람마다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갈립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책임이 아닌 이유를 찾으려 하고, 어떤 사람은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려고 합니다.

한 팀원이 보낸 메일
앞의 그 회의로 돌아가면, 한 시간쯤 지났을 때 팀원 한 명이 내부 메일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것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라인이 언제 멈추는지, 우리 재고로 대체 가능한 수량이 얼마인지, 에어로 보내면 며칠이 걸리고 추가비용이 얼마인지, 우선 부분 선적으로 며칠을 버틸 수 있는지. 그 팀원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자리로 돌아가 그것부터 확인하고 있던 것이었죠.
당시 그 팀원은 누가 잘못했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나중에 원인이나 귀책을 확인해 보니 그의 잘못도 아니었고, 그럴 만한 정황도 그에게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변명이든 회피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응 방법을 찾는데 집중했습니다.
어느 부서, 누구의 책임인지는 그다음 주에 했습니다. 그때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때 해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프로 의식은 희생이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있어서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프로 의식은 밤을 새우는 것도, 주말에 득달같이 회신하는 것도, 개인 시간을 반납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것을 프로 의식이라고 부르는 조직은 대개 그 말로 다른 것을 요구합니다.
제가 본 차이는 위와 같이 개인을 얼마나 갈아 넣느냐가 아닌,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떻게, 어떤 순서로 반응하느냐였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첫 30분을 자기 방어에 몰두하느냐, 아니면 상황 파악과 대책을 세우는 데에 쓰느냐, 이겁니다. 즉, 일을 더 많이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무엇부터 보느냐의 문제인 것이죠. 사실 다들 아시겠지만, 방어적으로 자기 책임을 증명하는 데 쏟는 에너지가 훨씬 크잖아요.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이 시리즈에서 여섯 가지 태도를 다뤘습니다.
- 시킨 일의 경계를 스스로 정하는 것
- 말한 것을 지켜 신뢰를 쌓는 것
- 다 끝났다고 여긴 마지막 절차를 한 번 더 짚는 것
- 익숙한 일 바깥으로 걸어 나가는 것
- 잘못됐을 때 자기가 틀렸을 가능성부터 검토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이 오늘 글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위기가 닥치면 앞의 다섯 가지가 한꺼번에 드러난다는 점이죠. 평소에 범위를 좁게 잡아온 사람은 사고 앞에서 "제 일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방어적으로만 일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원인부터 바깥에서 찾습니다. 위기가 새로운 태도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동안 쌓인 것을 짧은 순간에 한꺼번에 보여줄 뿐입니다.
그래서 태도는 위기 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 없는 날에 조금씩 쌓아두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팀에 마지막으로 문제가 터졌을 때, 여러분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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