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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성실함의 기준 - 바쁜 사람과 성과를 내는 사람의 차이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8. 28.

이 글의 핵심 

같은 일을 오래 반복하는 것은 실력이 되지 않습니다. 한 연구에서 연습량이 직업 영역의 성과 차이를 설명한 비율은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늘 가장 늦게 퇴근하는 팀원이 있었습니다. 아침에도 가장 먼저 나와 있었고, 책상에는 늘 처리해야 할 것이 쌓여 있었습니다. 게으르다는 말은 그 사람과 가장 먼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 그 사람이 다루는 일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종류의 견적을 더 많이 뽑고, 같은 종류의 문의를 더 빨리 처리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열심히 하는데 왜 저 사람은 안 늘까." 이 질문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습니다.

 

20년 경력이 20년치 경험은 아닙니다

실무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은 20년치 경험을 쌓았고, 어떤 사람은 1년치 경험을 스무 번 반복했습니다. 이력서에는 둘 다 20년으로 적힙니다.

차이는 노력의 양이 아니었습니다. 후자도 충분히 성실했습니다. 다만 그 성실함이 이미 할 줄 아는 일 위에서만쓰이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바이어, 익숙한 품목, 익숙한 견적 양식. 그 안에서는 실수도 적고 속도도 빠릅니다. 하루가 꽉 차고, 퇴근이 늦고, 아무도 그를 게으르다고 하지 않습니다.

 

같은 해에 들어온 두 사람

같은 해에 팀에 들어온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기존 고객사 몇 군데를 물려받았습니다. 수년째 거래해 온 곳들이라 사양도 정해져 있고, 발주 주기도 일정했습니다. 그 팀원은 자기가 맡은 고객사들을 잘 관리했습니다. 회신 빠르고, 견적 등의 업무에 오류도 없었고, 바이어 쪽 담당자들이 같이 일하기 편하다고 했습니다. 매달 영업 실적에서 그 팀원이 관리하는 매출 숫자는 늘 안정적이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아무도 손대지 않던 지역을 맡겠다고 했습니다. 그 시장은 인증 규격이 그간 회사가 해온 것들과 달랐고, 결제 조건도 우리가 쓰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첫해에 그가 만든 매출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그는 인증기관 자료를 뒤지고, 현지 대리점 후보들을 만나고, 견적을 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팀 회의에서 진척 상황을 물어보면, 그 팀원의 보고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늘 "아직 진행 중입니다"였습니다.

그런데 3년쯤 지났을 때, 두 사람이 처리하는 일의 종류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앞의 사람은 여전히 견적과 납기를 다루고 있었고 (영업 관리죠), 뒤의 사람은 계약 조건과 대리점 구조를 협의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근무 시간은 앞의 사람이 더 길었습니다.

여러분이 지난 한 달 동안 한 일 중에, 처음 해보는 종류의 일은 몇 퍼센트였나요?

반복이 실력이 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학문적으로 파고든 사람이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입니다. 그는 1993년 논문에서 베를린 음악원 바이올린 전공생들의 연습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최상위 집단은 스무 살까지 평균 약 1만 시간을 쌓았고, 가장 낮은 집단은 약 5천 시간이었습니다.

이 연구가 대중에게는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에릭슨 본인은 그런 법칙은 없으며 그 숫자는 오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가 강조한 건 시간의 양이 아니라 연습의 성격이었습니다. 자기가 못하는 지점을 골라서, 조금 어려운 난이도로,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하는 연습. 이걸 그는 심층 연습(Deliberate Practice)이라고 불렀습니다.

세 조건이 전부 불편함을 전제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못하는 것을 골라야 하고, 어려운 난이도여야 하고, 틀렸다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인증 규격을 처음부터 뒤지고 견적을 거절당하던 쪽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직업 영역에서는 1퍼센트 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론에도 반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론이 직장인에게는 원래 이론보다 더 아픕니다.

2014년 브룩 맥나마라 연구팀은 심층 연습 관련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했습니다. 연습량이 성과 차이를 얼마나 설명하는지 계산한 결과는 이랬습니다. 게임 26퍼센트, 음악 21퍼센트, 스포츠 18퍼센트, 교육 4퍼센트. 그리고 직업 영역에서는 1퍼센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체스나 바이올린에서는 오래 한 사람이 대체로 잘합니다. 그런데 직업에서는 그 관계가 거의 사라집니다.

왜일까요? 에릭슨 측은 그 메타분석이 심층 연습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단순 반복까지 포함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저는 이 반박이 오히려 답이라고 봅니다. 직장에서 쌓이는 시간의 대부분은 심층 연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는 못하는 것을 골라주는 선생님도, 난이도를 조절해주는 커리큘럼도, 매번 틀렸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죠. 있는 것은 단지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뿐입니다. 그래서 성실하게 20년을 채워도 1년치가 스무 번 쌓일 뿐입니다.

 

성실함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노출의 종류입니다

앞의 두 사람 이야기에서 제가 인정해야 했던 게 있습니다. 안정적인 계정을 맡았던 사람은 성실하지 않았던 게 아닙니다. 그는 자기가 이미 잘하는 일을 3년 동안 성실하게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팀장이었던 저는 그 3년 동안 그에게 낯선 일을 배정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잘 굴러가는 고객사 관련 업무를 굳이 흔들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이건 근면함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낯선 쪽으로 가면 성과가 늦게 나고, 중간 과정에서는 깨질 확률이 높습니다. 익숙한 일만 하는 편이 단기 실적에는 유리하고, 그 선택은 본인도 하고 조직도 함께 합니다.

바쁜 것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습니다. 무엇으로 바빴는지가 3년 뒤의 자리를 정합니다.

여러분이 지난 한 달 동안 한 일 중에, 처음 해보는 종류의 일은 몇 퍼센트였나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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