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인 커리어와 인간관계

배우는 태도 - 경력 10년 차에 성장이 멈추는 이유

by 위시웍스 김작가 2026. 8. 29.

이 글의 핵심 

사람은 대개 몰라서 못 배우는 게 아니라,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불편해서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은 유능한 사람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환율이 워낙 불리했고, 중국 경쟁사쪽 저가 공세가 심했습니다."

수년간 거래하던 고객사를 경쟁사에 넘겨준 뒤, 제가 임원에게 한 보고였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 시기 환율은 우리에게 불리했고, 중국 업체의 가격은 우리가 맞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회의실의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고, 그 건은 그렇게 정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6개월쯤 뒤, 같은 시장에서 다른 팀이 비슷한 규모의 건을 수주했습니다. 환율은 그대로였고, 중국 업체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 설명은 맞긴 했는데 쓸모가 없었습니다.

 

잘하는 사람일수록 배우지 못합니다

이 현상을 정면으로 연구한 사람이 하버드의 크리스 아지리스입니다. 그는 199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글에서, 대형 컨설팅 회사의 젊은 컨설턴트들을 관찰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명문대를 나왔고, 머리가 좋았고, 학습에 대한 열의도 높았습니다. 누구보다 잘 배울 것 같은 집단이었죠. 그런데 아지리스가 발견한 건 정반대였습니다. 그들이 가장 배우지 못하는 집단이었습니다.

이유는 역설적입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실패해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대체로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실패에서 배우는 연습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기 방식이 통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그들은 배우는 대신 방어했습니다. 고객이 이해를 못 한다고 했고, 시장이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그건 그거고, 우리가 놓친 건 뭐였을까?" 이 질문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가, 10년 차 이후를 갈랐습니다.

온도를 올리는 학습과 온도를 되묻는 학습

아지리스는 학습을 두 종류로 나눕니다. 온도조절기 비유가 유명합니다.

단일 순환 학습은 설정 온도보다 낮아지면 난방을 켜는 것입니다. 정해진 목표 아래에서 방법을 고치는 학습이죠. 견적이 밀리면 단가를 조정하고, 회신이 늦으면 더 빨리 보내는 것. 대부분의 업무 개선(사후 대응)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중 순환 학습은 "왜 온도가 이 값으로 설정되어 있지?"를 묻는 것입니다. 방법이 아니라 전제를 건드립니다. 영업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단가를 얼마나 더 내려야 하지?"가 단일 순환이라면, "우리가 이 고객사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틀렸나?"가 이중 순환입니다.

그런데 후자인 '이중 순환 학습'은 항상 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제를 의심한다는 건 지난 몇 년간 내가 해온 판단이 틀렸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방어적 추론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풀어야 합니다. 아지리스가 말한 방어적 추론은 변명이나 거짓말이 아닙니다. 대부분 사실입니다.

환율이 불리했던 것도, 중국 업체가 싸게 들어온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제 보고에는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었지만, 문제는 그 설명이 전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바깥에서 원인을 찾으면 마음은 편해지고, 뭔가 배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고칠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어적 추론의 진짜 위험은 부정확함이 아니라 무용함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

그 고객사를 놓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거기서 조직 개편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구매 결정 권한이 우리가 몇 년간 상대해 온 담당자에게서 다른 부서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도 모른 채, 늘 하던 상대에게 늘 하던 방식으로 견적을 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신호는 있었습니다. 회신이 예전보다 늦어졌고, 사양 확인 과정에 낯선 이름이 참조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걸 "요즘 저쪽이 바쁜가 보다" 정도로 넘겼습니다. 가격 이야기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중 순환으로 물었어야 할 질문은 "얼마를 더 깎아야 하나"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맞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나?"였습니다. 그 질문은 제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감해야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질문을 하지 않고 하던대로 했습니다.

 

10년 차에 성장이 멈추는 이유

경력 10년 차쯤 되면 대부분의 일이 익숙해집니다. 웬만한 상황은 예전에 이미 한 번은 겪었으니 판단이 빠르고, 거의 틀리지 않습니다.

바로 그때부터 배우기가 어려워져요. 신입은 틀려도 잃을 게 없지만, 10년 차는 자기 판단이 곧 자기 값어치입니다. 이러니까 본인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게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집니다. 아지리스가 말한 것도 이것입니다. 유능함, 익숙함이 새롭게 배우는 것을 막아버립니다.

제가 주변에서 보게 된 오래도록 성장한 사람들에게 거창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분들은 뭔가 일이 잘못됐을 때 외부에서 오는 원인을 언급하고난 후, 하나를 덧붙였습니다. 

"그건 그거고, 우리가 놓친 건 뭐였을까?"

이 질문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가, 10년 차 이후를 갈랐습니다.

여러분이 최근에 잘 안 된 일을 되돌아봤을 때, 그 이유가 여러분이 바꿀 수 있는 것이었나요?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아래 글도 이어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피드백 잘 하는 법 - 존중을 잃지 않는 대화의 기술

이 글의 핵심Q. 팀원을 존중하면서도 불편한 지적을 할 수 있을까요?A. 할 수 있습니다. 존중은 쓴소리를 피하는 태도가 아니라, 사람의 인격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고쳐야 할 일은 분명하게 말하

careeranat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