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 Q. 자리 하나 채우는 데 왜 8개월이나 걸렸을까?
- A. 연봉 테이블 문제도 있었지만, 합격을 수락해 놓고 잠적하거나 입사 전날 말을 바꾸는 지원자들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 Q.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건 왜일까?
- A. 회사와 구직자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준비됐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희 팀의 새 자리 하나가 드디어 채워졌습니다. 이 자리가 열린 게 8개월 전입니다. 즉 한 명 뽑는 데 8개월이나 걸린 겁니다. 그 사이 벌어진 일들을 팀장 입장에서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8개월 걸린 충원, 무슨 일이 있었나?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건 저희 회사 연봉 테이블입니다. 시장 대비 낮은 편이라 이건 회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들이 꽤 있었습니다. 합격 통보까지 다 마친 지원자가 아무 연락 없이 오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노쇼'입니다. 입사 전날 밤, "건강에 문제가 생겨 못 가겠다"는 문자 한 통으로 끝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1차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2차 면접을 제안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문자에도 답이 없어 그대로 끊긴 관계도 여럿입니다.
여기서 제가 진짜 이해가 안 됐던 건 '거절' 자체가 아니예요. 거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해가 안 됐던 건 그 방식입니다. '이 회사는 안 가기로 했다.'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될 일을, 왜 그냥 연락을 끊는 방식을 택하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말없이 사라지는 지원자들, 왜 그럴까?
최근 한 경제지 보도를 보니 미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습니다. 입사를 수락해 놓고 별다른 설명 없이 사라지는 Z세대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20년간 채용과 면접을 지켜본 입장에서 관찰한 바로는, 이 '조용한 거절'에는 공통된 심리가 하나 있습니다.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에 대한 부담입니다. 합격시켜준 회사에 거절 의사를 밝히는 상황 자체를 불편해하고, 그 불편을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침묵(노쇼)을 택하는 거죠. 문제는 이 침묵이 채용 담당자에게는 단순한 무례로 읽히고, 그 지원자에 대한 인상 전체를 깎아 먹는다는 점입니다. 채용 시장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업계 안에서 소문은 돌게 되어 있습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함께 존재하는 이유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는데요. 구직난이 있다고들 하는데, 정작 회사는 사람을 못 구해서 1년을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둘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구조에서 나옵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지원할 곳이 없다'가 아니라 '내 조건에 맞는 곳이 없다'에 가깝고, 회사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없다'가 아니라 '끝까지 남아 있는 지원자가 없다'에 가깝습니다. 양쪽 다 숫자로는 활발해 보이지만, 실제로 성사되는 지점에서 계속 어긋나는 겁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일단 지원하고, 합격 이후에야 실제 조건과 자신의 기대치를 비교해보는 지원자가 늘어날수록 이 어긋남은 더 자주 반복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 공고를 아무리 많이 올려도 실질적인 충원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구직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지원 전에 이 회사가, 이 조건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한 번 더 점검해보라는 겁니다. 정말로 고민 고민해서 추측, 예상이라도 최대한 해 보세요. 그런 고민이나 점검 없이 일단 지원하고 나중에 발을 빼는 방식은, 결국 자신의 다음 기회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여러분 회사에서도 비슷한 채용 노쇼를 겪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때 어떻게 대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위시웍스 김작가 | 일과 삶의 지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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